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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빠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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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눈물  

- 이진숙 기자 (국민일보)
 

고등학교 1학년 병혁이가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부자가 서로 마주한 것이 어색했다.

"아빠 죄송해요. 5분이면 돼요." 병혁이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무서운 아빠 앞에서 난생 처음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가지 이유'를 읽기 시작했다. 국어 숙제였다. 병혁이가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가지… 이유…' 여기까지 읽었을 때 갑자기 아빠의 오른팔이 날아왔다. 순식간에 아빠 팔에 갇힌 병혁이는 순간 '이제 죽었구나. 괜히 했어. 아빠가 화가 난거야.' 그러나 잠시 후 병혁이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아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들을 향한 본연의 사랑이 회복되고 있었다. '내가 녀석을 위해 뭘 했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한단 말인가. 매일 야단만 치고 때리기만 하지 않았던가.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마주한 지도 가물가물한데. 지금 녀석은 나를 사랑하는 스무가지 이유를 읽으려 한다. 아! 아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한국의 아버지들은 병혁이의 아버지처럼 '열심히 사는 것'에 익숙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에 서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로 거센 실직 바람이 불고 있어 많은 가장들이 '실직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의 실직은 바로 가정의 위기와 연결된다. 그러나 사실 위기의 원인은 실직이 아니라 견고하지 못한 가족관계에 있다.

대부분의 남성이 실직 위기에 처했을 때 가족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못난 남편으로 보일까봐, 무시당할까봐이다. 부부가 경제적 문제에 봉착하면 흔들리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부부의 친밀함에 달려 있다. 즉 친밀감이 낮을수록 외부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제적인 문제를 삶의 도구쯤으로 생각한다면, 궁극적인 안정을 세상에서 찾지 않고 하나님에게서 찾는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좌절감에 빠진 남편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사람의 말에는 생명력이 있어서 사람의 기를 살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가장이 직장을 잃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용기를 잃는 것이 문제다. 가장이 꿈을 잃지 않도록 가족이 도와주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남편이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가까운 사람을 만나도 사무적으로 대하는 등 삶이 삭막하다고 토로해올 때 아내는 방황의 징표로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의 수위를 맞춘다. 대화를 통해 남편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해 있는지, 얼마나 강박적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이해한다. 이런 고충을 가족이 이해하고 있을 때 가장은 정신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갈등이 없는 가정이 건강한 가정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가정이 건강한 가정이다. 어떤 난관을 만나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가장 먼저 '왜?'란 질문을 한다. 대개 '왜?'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 고통이 우리 안에서 의미하는 바를 확인해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다(요 15:2, 롬 5:3∼5, 약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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