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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 편지] 청소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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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청소부 선생님
 
- 이철환 동화작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우리 반 한 아이가 교실에서 적지 않은 돈을 잃어버렸다. 모든 아이들이 과학실험실로 이동을 했다가 돌아왔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됐다. 분명한 건 교실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험실로 출발하기 전에 반장이 마지막으로 교실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수업 후 반 아이들을 모두 남게 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백지 1장씩을 나눠주시고 이렇게 말하셨다. "남의 돈을 훔치는 일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건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쩌면 평생 동안 그 사람을 부끄럽게 할지도 모릅니다. 없어진 돈은 선생님이 대신 채워 놓겠습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그 돈을 훔친 사람이 있다면 이 종이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으며 진심으로 뉘우치기 바랍니다. 물론 이름은 적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참 후, 선생님은 아이들로부터 걷은 종이를 모두 훑어보시고 나직이 말하셨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겠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이 몹시 슬퍼 보였다. "오늘 청소 당번들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오늘부터 청소는 선생님이 하겠습니다. 자신을 뉘우칠 준비가 된 사람은 오늘 이후에라도 나를 찾아오든지, 아니면 내 책상 위에 쪽지라도 남겨주기 바랍니다. 분명히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고, 그날까지 선생님이 여러분의 교실을 청소하겠습니다." 

선생님은 그날부터 먼지가 뽀얀 교실을 혼자 청소하셨다. 무거운 책상과 의자들을 힘겹게 나르는 선생님의 모습을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청소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선생님은 웃으며 교실 밖으로 아이들을 내보냈다. 돈을 훔쳐간 아이는 그러한 모습을 줄곧 가슴 아프게 지켜보았지만, 선생님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었다. 아이의 아픔이 1주일을 넘기고 열흘을 넘는 동안 선생님의 청소도 계속되었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그날도 선생님은 넓은 교실을 혼자 청소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갔을 때, 복도에는 한 아이가 무릎을 꿇고 얼굴을 숙인 채 울고 있었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진작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선생님은 울고 있는 아이를 아무 말 없이 안아 주셨다. 선생님의 얼굴을 타고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 4:16)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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