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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뒤집힌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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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돼지  

- 전병욱 목사 (삼일교회 담임) 
 

돼지는 죽을 때까지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목뼈가 아래쪽으로 굽어 있어서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수평 이상은 올릴 수 없다. 돼지는 평생 땅바닥만 바라보며 먹고 살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인생도 이럴 수 있다. 평생 바닥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인생이 있다. 예수님은 이런 인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마 6:31). 

일상의 안주로 인해서 새로운 세계를 볼 기회조차 잃고 사는 사람은 불행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만 발버둥치는 인생은 돼지 수준의 인생이다. 이런 돼지에게 하늘이 보일 때가 있다. 넘어져서 발라당 뒤집어졌을 때이다. 뒤집힌 돼지는 하늘을 발견한다.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세상은 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하늘도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돼지에게는 뒤집히는 경험이 새 지평을 여는 축복의 순간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도 뒤집히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세상에는 뒤집혀야만 보이는 세계도 있다. 원하지 않는 뒤집힘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하게 된다. 성경은 이런 뒤집힘을 광야, 또는 고난이라고 부른다. 원치 않는 질병, 원치 않는 가정 붕괴, 원치 않는 경제 파탄이 뒤집히는 경험이다. 이런 뒤집힘은 괴로운 일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유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는 질병을 극복한 이후 새 삶을 살고 있다. 곱게 자란 청년이 군 입대를 한 뒤 말했다. "세상이 달리 보이더군요." 그 청년도 성숙한 모습으로 제대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뒤집힘은 안 보이던 것을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고난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나무가 똑바로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간의 '마디' 때문이다. 줄기 중간중간 마디들이 끊어주기 때문에 강하고 곧게 위로 자랄 수 있다. 마디는 왜 생기는가? 일종의 멈춤의 지혜이다. 성장을 멈추고 기다리면서 힘을 모은다. 이때 마디가 생긴다. 이 마디의 힘이 더 강하게 만들고, 더 수직으로 솟구치게 만든다. 

기름을 담는 드럼통은 처음에는 양철로 둥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옆에서 받는 충격에 약해 터질 때가 많았다. 어떤 사람이 대나무의 마디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서 드럼통에 대나무 마디처럼 주름을 몇 개 넣었다. 이후 옆의 충격에 4배 정도 강하게 되었고, 굴려도 문제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마디의 힘'이다. 앞으로 전진만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멈춤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마디의 힘이 생긴다. 7일 일하는 사람보다 6일 일하고 1일 안식하는 사람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디는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하는 농축된 힘이다. 멈춤으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멈춤으로 인해 마디가 생기고, 그 마디의 힘으로 더 확실한 미래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힘, 멈춤은 삶의 어두운 부분이다. 식물들은 밤에 자란다는 말을 들었다. 삶의 어두운 체험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본다. 어둠을 통과한 이후에 더 강해진다. 그렇다면 뒤집힘과 멈춤은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기도 하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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