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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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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문성모 총장 (서울장신대)
 

미국의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와 공간을 다루는 학문을 연구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에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이 있음을 발표하였다. 

첫째는 밀접거리(intimate distance)다. 이는 사람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 가족들이 접촉하는 거리를 말한다. 이 거리 내에서는 사랑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둘째는 개체거리(personal distance)다. 이는 다른 사람과 일상적인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거리이며, 이 거리에서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어떤 것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거리다. 셋째는 사회거리(social distance)다. 이는 큰 소리로 부를 수 있는 거리, 친구나 직장동료들 간의 상호작용이 행해지는 거리, 보다 공식적·사업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거리를 말한다. 넷째는 공중거리(public distance)다. 이는 대형 음향시설 등을 통해 접촉할 수 있는 거리이며 축구장, 선거유세장, 공연장 등 공식적 대중집회나 강연이 행해지는 거리를 말한다. 이는 개개인의 시각적 접촉이 감소하는 거리다.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게 사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관계가 보이지 않는 국경처럼 존재한다. 가령 가족끼리는 서로 사람 냄새를 맡고 한 방에서 뒹굴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멀리 있어도 마음은 하나인 것이 가족의 거리다. 한 집안 식구들끼리 서로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싫고 거리감이 있으면 이는 문제 있는 집안이다. 인간이 고독해지는 원인은 가정의 문제에 있다. 밀접거리를 유지하던 가족관계가 자식들이 장성하면서 부모와 거리를 두게 되면 부모가 고독해진다. 부부 사이라도 한쪽의 사회활동 영역이 커지면서 상대방과의 밀접거리가 부담스러워지면 그때부터 고독이 찾아온다. 부모의 이혼에 자식들이 고독해지고, 질병과 사고로 인한 결손가정의 남은 가족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고독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아간다. 혼잡한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속에서의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는 가까우나 심적 거리는 '공중거리'일 뿐이다. 이 인간관계에서의 거리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인이고 교양인이다. 세상의 교육이란 결국 이 인간관계의 거리 유지 이론과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 결과 내가 남에게 피해를 받지 않고 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되었고 인간은 고독을 체질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얼마나 현실적인 말인지 모른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인생의 성공이 무엇인가? 바로 친구를 얻는 것이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가족 같이 소중한 한 사람의 친구라도 얻은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신앙생활의 성공은 무엇인가? 성경말씀처럼 할 수 있으면 모든 사람과 화평을 이루는 것이요, 원수까지도 사랑하여 친구를 얻는 것이요, 모든 사람을 주님 안에서 가족으로 만들어 형제 자매로 생각하며 '밀접거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람이 그립다. 사람 냄새가 그립다. 가족 같은 사랑이 넘치는 교회공동체가 그립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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