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후회와 간증

후회와 간증  

- 조병호 목사 (한시미션 대표)
 

세상은 휴가 대목이고 교회는 수련회 대목이다. 이 대목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후회가 남기도 하고 간증이 남기도 한다. 후회할 것인가 간증할 것인가? 물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이 뜻대로 다 된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필요 없는 존재로 살 것이다. 

모세도 뜻대로 안되어 나이 40에 꺾였다. 그의 뜻은 애굽에서 자기 민족을 구하는 것이었다. 가능할 것 같았고 계획도 있었다. 아마도 모세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때가 대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 뜻이 꺾였다. 그래서 미디안으로 도망한다. 광야 40년 생활에 이드로의 도움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모세에게 이드로는 광야 생존법을 가르쳐 준 스승 겸 장인이었다. 모래바람 사나운 광야도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모세 나이 80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모세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이에 순종한 모세가 애굽에 들어가 바로와 6개월 동안 협상한다.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기간이 모세 인생의 진짜 대목이었다. 그 결과 출애굽을 이룬다. 홍해를 건넜고 드디어 시내산으로 향했다. 

그때 이드로를 만난 모세는 간증한다. 그러자 이드로의 반응이 놀랍다. "이제 내가 알았다"(출 18:11)는 것이다. 모세의 간증을 통해 여호와가 모든 신보다 크시다는 사실과 이스라엘에게 교만하게 행하는 애굽을 하나님께서 이기셨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사실 출애굽은 모세가 애굽에서 피가 마를 정도로 일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쯤에서 모세가 장인 이드로에게 으스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이드로가 하는 말은 모세가 아닌 하나님이 정말 위대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인생들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은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길 원하신다. 모세야말로 간증다운 간증을 한 사람이 아닌가. 

반면 히스기야는 하나님을 높이며 간증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대목을 놓친다. 그래서 후회한다. 사실 히스기야가 하나님 앞에 베옷을 입고 나아간 것까지는 아주 멋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성을 에워싼 앗수르의 주력부대 18만5000명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이후 신흥 세력 바벨론은 앗수르를 물리친 원인이 남유다의 군사력과 히스기야의 지도력이 아닌가 하고 정탐 목적으로 사신과 선물을 보낸다. 당시 바벨론의 국력은 아시아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 이때 히스기야는 간증이 아닌 자기 자랑을 한다. 히스기야는 왕국의 곳간과 무기고를 모두 보여준다(왕하 20:13). 얼마 전 앗수르에 바칠 금 30달란트의 조공을 충당할 길이 없어 성전 기둥의 금을 긁었던 히스기야가 이제 와서 자신의 군사력과 지도력을 은근히 자랑한다. 한마디로 앗수르를 이긴 원인이 자신의 군국주의의 결과물이라는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을 산다. 그런데 그 시간을 후회로 정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님과 사람 앞에 간증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모든 인생들은 하나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해야 한다. 이것이 간증이다. 

후회하며 살 것인가,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하며 살 것인가? 후회하는 사람은 또 후회할 일을 만든다. 간증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더 간증을 만들며 살 것이다. 올 여름 간증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