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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느림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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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영성  

- 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특성은 '빨리빨리'다. 그런 부지런함이 문화적 선진성에 있어 후발 주자였던 한국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만큼의 사회로 발전시켜온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적 역기능 또한 '빨리빨리'의 졸속이 초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삶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삶의 방향(direction)과 질(quality)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느림의 영성은 이런 시대의 요청이다.

느림은 게으름과 다르다. 사람들이 느림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느림을 게으름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걸음 늦춰 인생을 사는 여유를 즐기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지런한 사람만이 느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만이 여유를 갖고 사고할 수 있고, 여유를 갖고 기도할 수 있고, 여유를 갖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고, 여유를 갖고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여유를 우리는 '느림의 영성'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예수님은 전도를 다녀와 보고하는 제자들에게 보고를 중단하고 '잠깐 쉬어 가자'고 말씀하신다. 그는 들을 지나다가 '들의 백합화를 보라'고 초청하신 분이시며 '공중의 나는 새를 보라'고 제안하신 분이다. 이런 심미적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느림의 영성이다. 의도적이라도 한 템포 늦춰 인생의 여유, 곧 공간(space)을 확보하고 사는 삶의 스타일이다. 예수님은 짧은 인생을 사셨지만 느림의 영성으로 사신 분이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로 상소의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삶의 여유에 목말라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남은 여름을 성경 한 권, 그리고 상소의 책을 갖고 보내기를 제안하고 싶다. 상소는 이렇게 말한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내가 느림의 영성을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한 예수님의 삶의 방식이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의도대로 살아가는 인간다운 삶의 방식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상소는 '굽이굽이 돌아가며 천천히 흐르는 강의 한가로움'을 바라보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그는 또 '수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수세기를 이어 내려오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운명을 완성해 나가는 그 나무들,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 나무들…. 거기서 영원에 가까운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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