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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동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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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죽음보다 강한 인동초의 생명력으로/ 역사의 칼바람에 굴하지 않던 그 불굴의 의지로/ 죽음의 바다, 저 현해탄의 운명을 넘게 한 주님의 손길로/ 다시 일어서서 그 환한 웃음, 정의로운 눈빛으로/ 우리 민족의 내일을 밝히게 해 주소서/ 겨울의 인동초 한 묶음 꺾어 들고서/ 인자한 미소/ 그 그리운 사랑으로 손 흔들며/ 우리 곁으로 걸어오게 해 주소서" 

나는 지난 17일 월요일 세브란스병원에서 호산나선교회와 많은 정치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쾌유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인동초여, 우리 곁으로 걸어오소서'라는 기도시를 낭송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우리 곁으로 걸어오지 못했다. 

전남 신안 하의도의 푸른 바람은 아직도 남해의 수평선 위를 온 몸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인동초는 떨어지고 말았다. 정말 그는 얼마나 혹독한 겨울의 광야를 걸어왔는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그 모진 역경과 환란, 죽음의 가시밭길을 걸어와 우리 역사의 봄의 들녘에 꽃의 향기를 전하여 준 민주주의의 위대한 스승이 아니었던가. 

그러면 왜 우리는 그를 인동초라고 말하는가? 김 전 대통령이 걸어야 했던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의 길은 저 비정한 역사의 동토를 관통하는 고난의 길,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를 지녔고 현해탄의 납치 사건, 1980년 5월에는 사형수로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죽음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뿐인가? 숱한 가택연금과 투옥, 색깔론은 그의 정치적 팔 다리를 자르고 숨통을 조였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불의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억울함을 분노와 보복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실천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남북화해와 세계 인권과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성취했다. 그래서 그는 정녕 우리 시대의 인동초인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강인했던 인동초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서글프다. 대한민국의 인동초라는 희망의 별이 떨어지고 말았다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결코 인동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벨은 죽었지만, 그는 믿음으로써 우리에게 지금도 말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히 11:4). 

그렇다. 인동초는 떨어졌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남기고 간 메시지는 우리에게 남북화해, 동서화합, 이념과 계층의 통합만이 민족의 소망이라는 불멸의 교훈을 준 것이다. 그는 죽었지만 용서와 화해만이 우리 민족의 살 길이라고 그 두 눈에 맺힌 이슬, 눈물진 호소로 여전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 화해만이 소망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자. 제2, 제3의 인동초가 되어 민족 화해, 평화 번영의 향기가 되자. 님은 갔다. 결국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님을 떠나보내지는 않았다. 우리 민족을 향한 그의 정신과 사상은 역사의 지평, 밤하늘 위로 별이 되어 떠오를 것이다. 인동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겨울의 광야에서 쓰러져도 봄의 들녘에 향기로 피어날 뿐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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