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감사 ― 시험의 닮은 점

첨부 1


감사―시험의 닮은 점  

- 장경철 교수(서울여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험 기간이 시작된다. 감사와 시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험은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이다. 감사의 개념을 알고 난 이후 이것을 깨닫게 됐다.

감사란 무엇인가? 감사란 누군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았을 때, 받은 것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시험도 감사의 시간이다. 시험은 한 학기 동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받았다고 답안지에 쓰고 나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학생들이 간혹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내용을 시험에 출제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은 강의 평가서에 종종 이런 표현을 쓴다. “제가 이번 학기에 배운 내용은 제 남자 친구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많이 알고 계십니다.” 그 학생은 수업 시간에 받은 내용을 자주 말하고 표현했던 것이다.

사람은 한 번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받은 것을 받았다고 표현할 때 내 것이 되기 시작한다. 내가 받은 상처를 자주 언급하면 내 상처가 깊어질 것이며, 내가 받은 축복을 자주 표현하면 내 은사가 계발될 것이다.

몇 해 전 학기말 시험 답안지를 채점할 때였다. 한 문제도 풀지 못한 부실한 답안지 끝에 이런 글이 있었다.

“선생님, 제가 한 문제도 못 풀었습니다만, 그래도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것을 답안으로 인정해서 점수를 주어야 하는가?’ 내 마음 같아서는 애교 점수를 주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F학점을 매겨야 했다.

왜 나는 점수를 주지 못했을까. 감사는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감사는 무효다. 왜 우리는 구체적으로 감사하지 못할까? 받은 축복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미 받은 은혜와 축복이 있어도, 그것을 헤아리는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감사할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배운 산수(算數)를 상처와 재물을 헤아리는 곳에만 사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내게 주신 은혜와 축복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면서 우리의 감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자. 

구체적인 감사가 회복될 때, 시험과 시련의 순간에 좋은 성적을 얻게 될 것이며, 집을 나갔던 행복도 귀가(歸家)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