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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꾸벅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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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절

그 남자아이가 할머니의 손자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퇴근길에 차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보도가 넓은 탓인지 걸음이 늦은 할머니 한 분이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어김없이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고 말았다. 빨간불 신호를 보고 보도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 하게 되어 버린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다가온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달려와 할머니 곁에 착 달라붙어 한 손을 들고 내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도를 다 건넌 다음에는 야구모자를 벗어 들더니 내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할머니가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처럼.

나는 순간 "착한 아이로군" 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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