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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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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누군가의 흔적이다. 아이가 문을 쾅 닫고 들어갈 때, 나는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보지 못한다. 그가 내 앞에 던지고 가는 흔적만 볼 수 있다. 우리는 생명 자체를 관찰할 수 없다. 누군가의 생명이 이 시간 이 자리에 남기고 간 흔적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은 제정신으로 살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 눈 앞에는 흔적만이 남겨져 있다. 믿음의 눈이 열리게 될 때, 그 흔적을 넘어서 본체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할 때였다. 아이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빠, 엄마 만나기 전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어요?” 

나는 얼버무리며 대충 대답했다. 아이는 또 물었다. 

“아빠, 꿈에서 정말로 하나님을 볼 수 있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글쎄다. 하나님을 보려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네 꿈보다도 훨씬 더 큰 분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한꺼번에 볼 수는 없다. 아마 한 부분씩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있는 나무를 보아라. 너는 키가 작고, 나무는 키가 크잖아. 나무를 한꺼번에 볼 수 없단다. 한 번에 한 부분씩 보는 거야. 우리가 하늘을 보잖아? 그러면 하나님의 옷자락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꽃을 보잖아?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의 색깔을 보는 것이다.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빛깔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 부분씩 보는 것이지.” 

아이는 나의 설명을 이해했는지,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아빠, 그러면 매일 하나님을 보는 것이네요.” 

한 고등학생이 전도사님을 찾아와 고민을 토로했다. 

“전도사님, 제 마음이 너무 공허해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그때 전도사님은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네가 네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은 네 마음이 우주보다 크기 때문이란다.” 

나는 그 말을 전해 듣고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렇구나. 내가 여행을 그렇게 다녀와도 나의 마음이 허전한 까닭이 거기 있었구나. 설사 내가머나먼 달나라에 다녀올지라도 우주의 흔적으로만 나의 마음을 채운다면 내 마음은 일평생 허전하겠구나.’ 

먼 곳에, 또 높은 곳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펼쳐진 흔적들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의 마음은 채워질 것이다. 일평생 믿음의 눈을 열어서, 흔적을 넘어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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