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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영적감동 선사하는 ‘돌아온 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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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감동 선사하는 ‘돌아온 탕자’…

“교회에서 봉사할 때가 가장 마음 편하고 좋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원래 제자리로 가서 할 일이 있다고 하시네요.”

  경기도 수지 지구촌교회의 수요일 낮예배. 찬양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하얗게 염색한 짧은 머리, 가죽 점퍼와 청바지 차림,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예배가 끝나자 그는 금세 사람좋은 미소를 띠며 찬양팀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사님,점심 안 드시고 가세요?”라며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이 사람이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퇴폐적이라고 할 만큼 끈적끈적한 음색의 매혹적인 가수’‘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적 보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가수 박광현(39)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그는 지난 90년과 95년에 대마초 흡연 혐의로 두차례나 구속된 이후 가수 이승철 등과 함께 ‘대마초 가수’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교만했죠. 그래서 그런 고통을 겪게 하신 거라 생각해요.”

  서울대 국악작곡과 3학년이던 지난 88년 록 발라드 앨범 ‘한송이 들국화처럼’으로 데뷔한 후 대중음악계에서의 박광현의 행보는 순탄했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블루스,포크를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한국 발라드’라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끌었고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와 훗날 김건모의 데뷔곡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리메이크된 ‘잠도 오지 않는 밤에’,신승훈의 ‘우연히’ 등을 작곡하면서 작곡가로서의 기반도 확고하게 다졌다. 여기에 음반 제작 프로덕션을 운영하게 되면서 그는 20대 중반에 이미 명성과 돈을 한손에 거머쥐게 됐다.

  “아버지가 대학 1학년때 갑자기 돌아가신 탓에 데뷔 전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 그랬다가 갑자기 돈을 벌게 되니 제 정신이 아니었죠.”

  90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된 후 그의 삶은 점점 더 통제가 되지 않았지만 음악활동은 계속됐다. 94년 피아니스트 이경영 등과 함께 만든 재즈 록 그룹 ‘데이지’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95년 또 한차례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됐지만 1년 후 다시 재기해 4·5집 솔로 앨범과 골든 앨범을 냈다. 99년초에는 콘서트를 100회까지 이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박씨가 작곡해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이 150여곡에 달해 저작권료만으로도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반면 박씨의 가정생활과 정신적 상황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음악을 해도 열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부인, 아이들과의 대화도 거의 없었다. 한없이 절망스럽기만 했던 그를 구한 것은 결국 ‘신앙’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었지만 박씨는 대학 진학 후부터 신앙을 다시 찾은 99년까지 10년 이상 교회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타종교 집안에서 자란 부인이 96년 신앙을 갖게 되면서 3년여동안 박씨를 위해 기도했지만 그의 닫힌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신앙을 되찾게 된 계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신기해요. 그냥 갑자기 회개기도가 쏟아져 나왔거든요.” 99년 가을 어느날 낮에 그는 혼자 집의 식탁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목덜미를 끌고 가는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에 이끌려 거실로 걸어간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앉아 몇 시간이나 울며 기도했다. 그는 “하나님을 부인하고 살아왔던 교만함과 가족에게 냉정히 대한 데 대한 회개가 마구 쏟아졌다”고 회상한다.

  이후 1년간 그는 술과 담배, 연예계 친구들과의 교제를 모두 끊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데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시련은 다시 찾아와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간경화 중기에다가 C형 간염으로 음악활동은 물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누워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그는 건강이 회복된 것 또한 ‘기적의 체험’이라고 고백한다. 완치 가능성도 없이 간염 치료 주사를 맞으며 6개월을 보낸 그는 불현듯 주사를 끊고 다시 기도에 전력했고 6개월이 흐른 뒤 기적적으로 완치됐다.

  지금은 부인, 세 아들과의 관계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교회에서의 찬양 봉사가 너무나 행복하다는 박광현씨. 이달 말쯤에는 ‘마음을 열어주는 기도의 찬양’이라는 찬양 앨범을 낼 계획이다. 그러나 “음악 방향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르면 다음달말 여섯번째 솔로앨범을 낼 준비도 하고 있다.

  “도구는 ‘대중음악’이라는 예전 것을 사용하지만 이를 통해 나타내는 ‘박광현’이라는 사람은 전혀 다를 겁니다. 제게 주어졌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 영적 감동을 주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을 닮아 기타에 재능이 있다는 큰아들 건우(14) 군의 자랑을 한참 이어가는 박광현씨의 얼굴에는 지난날의 ‘카리스마’와 ‘고뇌의 그림자’가 주던 분위기는 없어 보였다. 그 대신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과 ‘평화’가 가득했다.

황세원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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