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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과학자 꿈꾸는 진두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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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초교 3학년생 진두호(9·가명)군은 최근 태권도 승급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한푼두푼 모아온 돼지저금통을 깼다. 나중에 컴퓨터를 사기 위해 오래도록 모아온 것이었지만 태권도를 배우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승급심사비 10만원을 내고나니 9700원밖에 안 남았지만 원하는 곳에 썼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일이 걱정이다. 승급심사비는 저금통으로 해결했지만 태권도장비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두호가 다니는 공부방에서 연결해준 후원자가 내줬지만 올해부터는 후원이 끊겼다. 두호네는 할머니(58)가 빌딩청소로 버는 70여만원이 한달 생활비의 전부다.

두호네 가족은 3년전 두호 아버지가 인테리어 사업에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실의에 빠진 아버지는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 했고 어머니와도 헤어졌다. 두호는 할머니에게 맡겨졌고 할머니는 새벽 4시부터 인근 빌딩에 나가 청소일을 하며 두호를 키우고 있다.

할머니가 새벽부터 집을 비우는 탓에 두호는 평일에는 아침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다. 점심은 학교급식,저녁은 인근 공부방에서 해결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공부방을 통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빈혈 증세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공부방 관계자는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히 더 먹을 것에 신경을 써주고 있는데 늘 배가 아프다며 잘 먹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두호는 2개 학년이나 빠른 5학년 수학과정을 공부방에서 배울 만큼 공부를 잘한다. 리더십도 있어 지난해에는 학급에서 부반장도 맡았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도 또래들이 하기 어려운 ‘삼국지’ 등 복잡한 게임만을 골라서 할 정도로 머리가 좋다는 것이 공부방 관계자의 말이다.

두호는 보증금 3000만원의 12평짜리 다세대주택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급식 외 다른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가 벌어오는 돈으로 겨우 끼니만 때우는 형편이지만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두호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육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요즘 저녁시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두호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할머니다. 할머니가 누구를 위해 새벽부터 힘든 일을 하는 지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호는 학교나 공부방에서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늘 할머니를 떠올린다.

두호는 지난해 공부방에서 과학 관련 학습지 교사에게서 한 차례 과학실험 수업을 받은 뒤 과학에 푹 빠졌다. 장래희망도 과학자로 정했다. 훌륭한 과학자가 돼서 재미있는 실험도 많이 하고 돈도 벌어 할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싶은 것이 두호의 소망이다.


국민일보 권기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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