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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억하는 자에게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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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강석(새에덴교회)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치욕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청 태종에 쫓겨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의 47일간의 수치와 비탄의 기록을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작가는 독자들의 망각된 기억을 수치의 역사현장 속으로 회귀시킨다. 목회를 하다 보면 졸부와 거부의 차이를 본다. 졸부는 하루아침에 수백억, 수천억원을 만져도 순식간에 망한다. 돈 좀 벌었다고 호위호식하며 가난하고 수치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부는 옛날의 수치를 기억하며 오히려 자랑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명예와 축복과 부를 누린다.

민족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부귀와 영화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남녀노소, 심지어는 금줄이 쳐져 있는 임산부의 집에까지 들어가 코와 귀를 베어갔다. 유성룡이 기록한 징비록에 의하면 ‘당시 갓난아기는 죽은 엄마의 젓꼭지를 빨며 울부짖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를 방황하였다’ 고 기록하고 있다. 인조는 삼전도비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큰절을 세 번하고 이마를 땅바닥에 아홉 번이나 피가 나도록 찧었다. 그리고 치욕적인 굴욕문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1956년에 삼전도비의 역사가 너무 수치스럽다고 흙으로 메워버리고 말았다. 훗날 다시 복원하였지만 말이다. 기억은 흙으로 덮는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유대민족은 철저하게 고난의 역사를 교육을 한다. 민족적 자존심을 최고로 짓밟았던 맛사다, 야드바셈, 통곡의 벽 등으로 수학여행을 시킨다. 그리고 지난날 자기 민족의 수치의 역사를 기억하며 이렇게 외친다. “아! 나는 유대인임을 자랑하노라. 아! 나는 유대인으로 살기를 원하노라.” 또한 야드바셈 전시실 현판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망각은 포로상태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억은 구원의 비밀이다.”

그렇다. 기억은 힘이다. 과거의 수치와 고난을 기억하는 자에게 힘이 있다. 8월은 광복절이 있는 환희의 달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환희와 영광이 계속되려면 과거의 수치와 고난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일본이 자행했던 정신대 할머니들의 인권유린과 언어말살, 문화침탈 등의 만행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세계화 시대에 일본문화를 받아들이고 도요타나 렉서스와 같은 차를 타고 다니더라도 그것은 기억해야 한다. 과거를 용서하더라도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난과 수치의 역사교육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고난의 역사현장 방문과 역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럴 때 역사의 지평에서 개인의 인생도 힘이 있고 민족도 희망의 수레바퀴를 굴릴 수 있다. 기억하는 자에게 힘이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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