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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영혼의 창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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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증 : 윤진미 (안동교회)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봄을 맞는 기분은 새롭기만 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가슴을 할퀴던 매운 바람이 부드러위지는 것을 느끼며 참으로 아름다운 주님의 세상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새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 겨우내 방안을 가렸던 두꺼운 커튼을 떼어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 보았다. 상큼한 봄바람을 가슴 깊이 들여마시니 그동안 왜 그렇게 문을 꼭꼭 닫고 살았는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봄이 되면 주부로서의 일손은 더욱 바빠진다. 집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옷장과 아이들 책상을 뒤져 쓸모있는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갈라 놓는다. 웬 잡동사니가 그리도 많은지.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 바램과는 달리 집안 여기저기 뒹구는 물건이 주인이고 나는 거기에 매여 사는 느낌이 든다.

이건 절대로 버리면 안돼요, 하며 자기 살림을 움켜쥐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나 자신도 과감히 버리자고 결심한 것이 다시 바라보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쓰레기통을 왔다갔다하며 어쩔줄을 모른다.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쓸데없이 사들이지 말자고 결심하지만 내년 이맘때가 되면 또 어떤 풍경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도 서랍 속처럼 이렇게 어지러울까. 투명한 햇살 속에 폴폴 날아다니는 먼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먼저 내 마음을 쏟아 놓고 대청소를 해야하는게 아닌지. 버려야 할 것들 - 미움, 원망, 욕심, 게으름 등이 너무 많아 다 털어내고 나면 내 속은 텅 비고 말 것 같다. 그러나 마음에도 창이 있다면 활짝 열고 싶다. 부끄러운 것은 다 날려 버리고 새롭게 채우는 것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들로 말이다.

이 봄에 내가 정한 기도 제목은 영적인 성장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용기를 갖게 해 달라는 것이다.

내 나이 마흔이 가깝고, 그러니까 어머니 태내에서부터 기도 소리를 듣고 자라 사십년 가까운 신앙생활을 했으니 내가 작은 일이나마 남을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이 있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회의 형제 자매들이 교도소에 위문도 가고 고아원 보조도 열심히 하니까 나는 그저 헌금이나 좀 하면 되겠지, 그러면 나도 구원 받겠지, 하고 안일하게 살아왔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지금은 살기 바쁘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남을 돕는 일은 천천히 생각하자며 미루기만 하는 사이 내 손길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추운 문밖에서 손발이 얼어터지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주님은 나의 문밖에서 떨고 계시지나 않을런지….

성령의 기쁨에 넘쳐 만나는 이에게마다 신앙을 전하는 사람들의 용기나, 당장의 끼니가 간 곳 없어도 가진 것 다 털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용기를 나는 배우고 싶다. 지금까지 그런 일들은 나 아닌 특별한 사람들의 몫이거니 했다.

내가 가진 달란트로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봉사란 내가 남을 위해 베푸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얻는 생활의 기쁨이 더 크고 주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건강이든 지식이든 재산이든 내가 가진 것이 있기에 남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영아원에 간 일이 있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따라 갔었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엄마, 엄마, 하며 기어오고 매달리는 아기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품에 안기자마자 행복하게 미소짓는 아기들을 보며 꼭 다시 와서 돌봐주리라 생각했지만 버스 갈아 타고 걷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작년 가을에는 큰 결심을 하고 개인 사서함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교사의 경험을 살려 청소년들의 고민거리를 편지로 주고 받으며 상담을 해 주려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가 속을 썩이기 시작하니, 자기 자식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과연 해낼 수 있을지 회의가 생겨 사서함 열쇠만 움켜쥐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을 도울까하여 어린이 재단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는다거나 시각장애자를 위해서 책을 녹음하는 일이 있다는데 하며 이것저것 궁리는 많이 했지만 하지까지 시작한 일은 하나도 없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봄은 짧고 가을엔 바쁜데 언제 시간이 있담, 하는 이기심과 내 주제에 뭘… 내 앞가림이나 잘하면 그만이지 하는 의기소침함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나는 어떻게 용기를 얻을 것인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나라 안팎이 시끄럽건 말건 나는 내 길을 가련다 하며 스스로 마음만 고용히 다스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사는 것이 이 세상인데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혼자 고고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것은 곧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용기가 필요하다.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할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는 용기, 버릴 건 미련없이 던질 줄 아는 용기,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겨우내 얼어 붙었던 땅이 녹으니 농부들은 쟁기로 밭을 갈고, 제비는 따뜻한 날씨를 기대하며 다시 돌아온다. 나도 이 봄에는 새로 태어나고 싶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듯 사랑의 씨앗을 여기저기에 심고 싶다. 물 오르는 나무들처럼 내 믿음도 더욱 푸르게 푸르게 가꾸고 싶다. 내 얼었던 마음에 당신까지 추웠다면 지금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봄 가뭄에 기다려지는 촉촉한 단비처럼 나도 사랑으로 이웃들의 가슴을 적실 날이 있으리라. 그리고 노력하겠다. 먼 훗날이 아닌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이 화창한 봄날에 새롭게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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