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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꿈 담은 ‘아침편지’로 나만의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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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 배달하는 아침편지의 고도원씨

신학대를 나와 목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유신시절 대학 학보사 필화 사건으로 제적당하고 수배와 강제징집을 거치면서 목회자의 길이 막혀 버렸다.

졸업장이 없어 '백수'로 전전하다 동네 문방구를 차리려고 준비하던 중 사기를 당해 접었다. 그후 친구 도움으로 웨딩드레스 숍을 열었다. 잡지사 '뿌리깊은 나무'에서 젊은 날의 열정을 다시 한번 피워보려 했지만 신군부의 등장과 함께 강제 폐간당했다. 가는 길마다 '바리케이드'가 쳐졌던 삶이었다.

이런 사람이 현재 187만명 회원을 확보한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주인장이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명상센터를 짓겠다는 고도원(55)씨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고씨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안 풀릴 것 같던 그의 인생은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전문기자로 활약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때 연설담당 비서관(1급)을 맡으면서 언론계를 떠났다. 그리고 매일 아침 좋은 글귀 밑에 자신의 생각을 짧게 담아 메일을 보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회원을 모아 연 20억∼30억원의 후원금으로 꾸려가는 아침편지문화재단의 이사장이 됐다.

"잘못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연설담당관으로 5년간 일하면서 단 사흘 쉬었어요. 저녁엔 항상 들떠 있고 오전에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게 되면서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더군요. 머리에 바늘구멍 하나 내자고 한 일이 제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2001년 8월1일 첫 메일을 발송해 어느덧 6년이 흘렀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혼자서 좋은 글귀를 뽑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책 읽는 일을 중단하더라도 4∼5년은 버틸 독서카드가 있다고 했다. 그의 보물 1호다. 시골교회 목회자였던 선친(고은식 목사)이 남겨준 유산이다.

"매를 맞아가며 책을 읽었어요. '밑줄 검사'도 받았어요. 책에 밑줄이 안 그어져 있으면 회초리를 꺾어오게 해서 종아리를 때렸습니다. 원망도 했지요."

독서가이자 장서가인 아버지 밑에서 키운 '밑줄 긋는 습관'이 독서카드를 만들어냈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밑줄 그어가며 수십번을 읽었던 책이다. "아득해질 때 그 책을 펼치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정치전문기자가 되게 해준 책이었고, 한두 줄만 읽어도 200장, 300장 원고지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고 고씨는 돌이켰다. 그에게 기록은 삶이요 '기도'다.

"기록이 기도가 됩니다. 2003년 9월 아침편지에 제 꿈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는 이름의 명상센터를 짓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꿈을 꾸고 기록하기가 무섭게 증거를 보여주셨습니다. 제 아내조차 황당한 얘기를 자꾸 하냐고 반신반의했던 꿈이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셴부룬 가든 같은 규모의 땅에 명상센터를 짓고 싶다는 그의 기록은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충주시 60만평 부지에 건립되는 명상센터로 현실이 되려고 한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감동의 역사(役事)'도 한몫했다. 아침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는 거의 무료다. 이런 행사에는 감동받은 한 사람의 기부가 있다. 재단 운영의 비밀 가운데 하나다. 재단이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는 '꽃피는 아침마을'은 회원들의 따뜻한 관심으로 운영되는 이색 온라인 장터다. 아침마을 후기란에 악플과 악플러가 전혀 없는 것도 감동의 역사 덕분이다.

고씨는 이제 '꿈 너머 꿈'의 전도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꿈 너머 꿈은 자신의 앞길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앞길도 비추는 이타적인 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테레사 수녀의 말대로 저도 '하나님의 몽당연필'로 쓰여졌으면 합니다. 제가 믿는 하나님을 믿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향기를 드러내는 일을 하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고씨는 이달 동생(고성원 목사)이 시무하는 용인 안디옥교회에서 장로로 추대됐다. 그는 "아침편지로 작은 목회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누구인가/△1952년 전북 전주 출생 △71년 연세대 신학과 입학 △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 제적·입대, 80년 졸업 △78년 '뿌리깊은 나무' 기자 △83년 중앙일보 기자 △98년 청와대 연설 담당 비서관 △2001년 8월 고도원의 아침편지 개시 △2003년 황조근정훈장 수상 △2006년 환경재단의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상' 수상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등 저서 다수.

이경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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