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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영화묵상 -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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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
예전에 썼던 영화 이야기입니다. ^^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올립니다.

영화 정보를 보니 국내등급은 15세인데, 미국등급은 "R" 이더군요. “R"이면.. 17세 이하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등급인데... 비교적 우리나라보다 등급이 더 쉬운 미국에서 R 등급을 주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지네요. 어쨌든, 영화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체게바라’의 젊은 시절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라인은 지루합니다. 강렬한 반전이나, 감동을 주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화면도 그렇습니다. ‘아름답다’는 인상을 별로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많은 것을 이야기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젊은 의대생 푸세(에르네스토 게바라)와 알베르토가 모터싸이클을 타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소음기 떨어진 듯 한, 오래된 모터싸이클의 엔진소리는 이들의 여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 남미대륙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모습들이 영화 전반부 계속 나타납니다.

여기에서 감독의 특이할 만한 기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푸세와 알베르토가 모터싸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장면들, 모든 배경들이 정확히 ‘양분’되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황금비율로 배경을 나누고, 인물을 배치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계속 1/2 을 고집합니다. 그들이 달리는 땅과 하늘의 경계선이 스크린의 정 가운데를 가릅니다. 초원을 달릴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여 강이 나오면 강과 하늘도 양분되어 있고, 산이 나오면 산과 땅도 양분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달리는 길 조차 화면의 중앙에 위치합니다. ‘왜?’ 일까요? 왜? 감독은 영화 초반에 이토록 지루한 화면의 모습을 보여줄까요? 화면 구도의 변화도 없고, 스토리의 변화도 없습니다. 그저 달리다가 넘어지고, 고장나고 그런 모습들 뿐입니다.

칠레를 지나 페루를 향해 가다가 이들의 이동 수단이었던 모터싸이클이 소떼와 부딪쳐 완전히 망가집니다. 알베르토의 눈물과 함께 모터싸이클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때 부터였습니다. 화면의 1/2 구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제 화면의 구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또한, 푸세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스페인에 의해 멸망한 잉카의 문명을 보며,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보며, 푸세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기 시작합니다.

모터싸이클을 타고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하늘은 하늘이고, 땅은 땅일 때 보지 못했던, 그러한 모습들이 푸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리고, 수수해 보이기만 하던 푸세의 얼굴에 짙은 수염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의 변화되는 모습들이 화면을 통해 계속 나타납니다. 나환자촌에서의 생활들, 광산에서 만난 사람들.. 이들을 통해 위대한 인물 ‘체 게바라’가 만들어져 갑니다.

영화는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푸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 지어집니다. 후에 푸세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많은 권리와 소유를 버리게 됩니다. 당시 강대국이였던 스페인-아일랜드계의 혈통을 포기합니다. 촉망받는 의대생으로서의, 지식인 계급에 대한 선취권도 포기합니다.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소유하지 않았던 그의 인생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체게바라 평전’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의 1/5 정도가 영화에서 이야기 됩니다. 영화를 보고 그 책을 다시 꺼내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자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하고자 했던 일을 다른 방식으로 이루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를 빙자해 폭력을 일삼던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대항하려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니체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신은 죽었다. 기독교인들이 신을 죽였다.” 어쩌면 체게바라도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후일 푸세가 감옥에 갇혀 단식투쟁을 전개할 무렵, 어머니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체게바라 평전에 나옵니다)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닿는 한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저들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아 두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어머니가 바라시는 방식대로도 하지 않을 겁니다.’

예수님과 전혀 다른 길을 갔던 사람, 예수님과 반대의 길을 갔던 사람. 그렇게 보이지만, 어쩌면 그는 예수님께서 가고자 했던 길을 너무나 지독히도 열망했던 사람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런닝타임 / 124분
감독 :  월터 셀러스  
국내 등급 :   15세 관람가
미국 등급 :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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