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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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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애 (화가)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이 한가지를 잊지 말라”(벧후 3:8)

2005년 88세로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던 날, 저희 가족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왜냐고요?

마침 며느리가 세살된 손녀를 데리고 한국에 나와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가려고 할 때 저는 손녀에게 말했지요. “오은아, 지난 번 많이 편찮으시던 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손녀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렇게 종알거렸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도 더 늙으면 돌아가셔요.” 아이의 그 말에 덤덤히 “그렇겠지”라고 대답했지요.

손녀는 노래를 옹알거리다 문득 큰 일이나 생겼냐는 듯 다시 제게 말을 걸었지요. “할머니, 그런데 아빠 엄마도 늙고, 더 늙으면 돌아가셔요.” 어이가 없었지만 저는 또다시 “그렇겠지”라고 짧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는 무엇인가 좀 어색했던지 “할머니 할머니, 그런데 나도 더 크고, 결혼하고, 늙고, 그보다 더 늙으면 돌아가요”라며 계속 종알거리는 것입니다. 저는 콩알만한 것이 하도 맹랑한 소리를 하기에 “그런데, 오은아 어디로 돌아가니?”라고 물었지요. 손녀는 제가 한심하다는 듯 목에 힘을 주며 “할머니는 참, 천국으로 돌아가지요!”라고 똑똑하게 대답했습니다. 손녀와의 대화가 즐거웠지요. 그래서 “오은아, 그 천국이 좋은 곳이냐?”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아이는 제가 무척이나 답답했나 봅니다. 제 앞에 털석 주저앉더니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할머니, 천국은 좋은 곳이에요. 거긴 매일 기쁘데요. 웃기만 한데요.” 어린 손녀에게 이렇게 분명한 진리를 심어준 며느리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저희 가족에게 손녀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또 새로운 확신을 안겨주었지요.

빠른 나그네 인생길을 가볍고 개운하게 걷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에게는 천국의 소망이 있는 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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