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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반 일리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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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감동적인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전쟁과 평화』로 유명한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i, 1828-1910)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이라는 소설책입니다.

이 책은 독일의 실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실존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적어도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게 없는 중년의 고위 법조인이었습니다.
그는 유능하고 아주 공정한 판사로서 예의도 바르고 친절해서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상류층 사람들의 삶을 열심히 모방했습니다.
그 당시 상류층 인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즐겁고 편안하고 법도에 맞는 삶'을 추구하며 고위급 인사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는 할 수 있으면 우아하고 점잖게 보이려고 자기의 권력 앞에
벌벌 떠는 사람들에게도 마치 친구처럼 겸손하고 다정하게 대합니다.
재판을 하더라도 사심을 버리고 아주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장래가 촉망되는 이반 일리치는 아주 상냥하고 어여쁜 양갓집 처녀를 만나 결혼도 합니다.
신혼초에는 참 행복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한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이유 없이 질투를 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이반 일리치는 일에 더욱 몰두하면서 가정의 문제를 비껴나가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아내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일을 핑계삼아 가정보다는 공무에 힘을 더 쏟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부간에 애정은 점점 식어지고 증오만 쌓여가던 차에
연봉 5천 루블의 고위 관직 자리에 승진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위 법조인 자리에 수직상승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부부관계는 예전처럼 화목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권태가 찾아왔고 그는 그 공허감을
새로운 상류층 인사들을 사귀고 그들의 관습을 배우는 것으로 메우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장밋빛 희망으로 충만하던 차에 이반 일리치는 집안에서 일을 하다가 옆구리를 다치게 됩니다.
이것이 치명적인 중상으로 발전해서 이반 일리치는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소설은 그가 죽을병을 얻어 지나온 삶을 성찰하는 과정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아주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불치의 병에 걸린 그는 수시로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자주 신경질을 부립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항의도 하고 불평도 합니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누구도 존엄한 한 인간으로서의, 죽어 가는 그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빨리 죽었으면 하지만 막상 그가 죽으면 봉급이 끊어지기 때문에 마음을 바꿉니다.
의사도 이반 일리치의 생명이 아닌 그가 앓는 병이 신장염인지 맹장염인지 하는 극히 사무적인 관심만 보입니다.
믿었던 친구들도 이반 일리치가 죽으면 과연 그 자리에 누가 꿰차고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습니다.

병세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자 아내와 자식들, 친구들, 의사, 성직자, 등등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동정하기보다는 빨리 죽어서 자기의 고통으로부터도 벗어나고 또 산 자들의 고통도 덜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주변 사람들의 이와 같은 위선과 기만을 알아차리고서는 기가 질리고 절망합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젊은 하인 게라심만큼은 달랐습니다.
항상 명랑하고 평온한 표정의 게라심은 진심으로 이반 일리치를 동정하고 사랑했습니다.
게라심은 인간이 결국 다 죽는다는 진실을 깨달은 사람이었기에 참 마음으로 주인을 돌봅니다.

이렇게 죽음이 점점 더 가까운 현실로 다가오게 되자 주인공은 비로소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삶이 혹시 잘못된 삶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는 전에 논리학의 유명한 삼단논법을 알았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도 죽는다."

주인공은 이 명제가 너무나 자명한 진리라고 믿었지만 한 번도 자기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인간 일반이 죽는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자기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이 인간 일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실존적인 문제라는 사실 때문에 증오와 공포로 떨던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최고로 여기며 살아왔던 '쉽고 편하고 점잖은 삶'이 사실은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찬 거짓된 삶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이 옳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기 뿐만 아니라 자기의 가족들, 친구들, 의사, 성직자, 등등의 주변 인물들도 자기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 역시 자기와 마찬가지로 이기심과 위선과 기만을 벗어 던지지 못한 속물들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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