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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아 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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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훈육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유치원에 오기 전까지 이유식을 주로 먹던 만 4세 유아가 있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간식으로 옥수수를 삶아 반 토막씩 주었더니, 대부분 아이들은 옥수수 끝을 양손으로 잡고 맛있게 먹는데 이 아이는 접시에 세워 놓은 채로 빨아 먹으려고 했다. 입을 대도 물이 나오지 않자 아이는 조그만 소리로 “어떻게 먹어요?” 했다. 

또 다른 만 4세 유아는 숟가락으로 자기 혼자 음식을 먹어 본 경험이 없어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간식이나 점심을 먹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곤 했다. 이 아이의 기본 생활 습관을 길러주겠다고 작정한 선생님이 “○○야, 음식은 혼자 먹는 거란다” 하며 숟가락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혼자 먹게 했다. 그랬더니 갓 돌 지난 아기와 다름없는 행동이 나타났다. 숟가락이 직접 입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입 주변을 한두 번 건드리고야 들어갔고, 떠 넣는 양의 반은 아이가 앉은 주변으로 흩어졌다. 엄마와 상담을 해 보니 지금까지 엄마가 먹여 주었다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거의 없어 밥이건 간식거리건 눈앞에 먹을 것이 나타나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주변에 먹을 것이 넘치다 보니 잘 먹으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애가 타는 엄마와 할머니들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떠먹이곤 한다. 게다가 키 크고 체격이 큰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우위에 서는 시대이다 보니 당장의 훈육보다는 일단 많이 먹이는 데만 주력하는 양육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일이 습관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먹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이가 밥을 한 수저라도 더 먹어야 키가 크는 것이지만 맛있게 스스로 먹어야 몸에 이롭고 잘 자라게 된다. 가끔은 먹여 주어야 할 때가 분명히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스스로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먹는 양도 자신이 정하도록 훈육해야 한다. 어느 시점부터는 누구나 스스로 먹기 때문에 먹는 행동은 가르치지 않아도 그냥 배우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반복되는 실수와 경험에 의해 터득되는 엄연한 생활의 ‘기술’이다. 

이 기술 발달이 지체되면 교육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아기 때부터 숟가락질을 제대로 연습하지 못한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가위질도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크레용도 제대로 잡지 못해 유치원 활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친구들보다 속도나 정밀함이 뒤처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면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다.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자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잘 길러 달라고 잠시 위탁하신 존재’라는 점이다. 이를 잊고 내 힘으로 양육하려다 보면 과보호를 하게 되고, 의존적인 아이를 만들게 된다. 아이의 생사화복을 하나님께 맡기며 어떻게 키우는 것을 좋아하실지 항상 생각하며 키워야 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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