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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정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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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엄마 아빠와 휴가를 다녀온 만 네 돌 된 남자 아이가 다시 출근하려는 엄마를 붙들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엄마 아빠와의 시간이 너무나 달콤했던 모양이다. 엄마가 나간 후에도 2시간 가까이 울며 떼쓰던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가 나오자 아이는 화난 소리로 “나는 엄마가 미워”라고 했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보려고 했지만 아이는 빨리 오라고 졸랐다. 엄마가 갈 수 없다고 하자 아이는 돌연 “나, 엄마 이불에 오줌 쌀 거야. 너무 속상해”라고 했다. 

할머니가 전화를 받아 엄마와 이야기하는 찰나, 아이는 쏜살같이 안방으로 달려가 이부자리에 정말로 흥건하게 오줌을 쌌다. 할머니는 빨래거리가 생긴 것도 난감했지만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야, 속상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 하면 속이 풀리니?” 하고 물었다. 아이는 “그래도 엄마를 용서할 수가 없어. 더 이상 엄마를 사랑할 수 없어”라고 했다.

아이 할머니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이들이 말과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는 그 마음속에 속상함, 무서움, 화남이 들어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정할 수 없다. 아이들이 마음 가득한 나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문제를 일으킬 때 곁에 있는 어른까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함께 소리치고 야단을 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여기에 덧붙여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도덕 교육까지 하려 들면 아이의 행동은 더 거칠어지고 수습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게 내버려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아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 할머니처럼 아이의 감정에 대해 차분하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지 않고 바로 “이 자식이 너 한번 맞아 볼래? 누가 이런 짓 하래?” 하고 야단친다면 아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행동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자기의 속상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에 대한 불신감만 커진다.

일단 나쁜 감정은 밖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신적 문제로 침잠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으로 쌓이는 감정은 계속 뭉쳐 있다가 분노, 불평, 심지어 정신병이 돼 나중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갑자기 분출된다. 극단적으로는 살인도 할 수 있다. 

영·유아기에는 “너 정말 속상하구나” “말해 봐” “저런” “그랬구나” “이리 와 봐. 안아줄게” 하며 감정을 사랑으로 받아주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위의 상황을 예로 든다면 안아주며 달래준 뒤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너 그때 엄마 이불에 오줌 쌌더니 엄마가 집으로 왔니?”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가 “아니” 하고 답하면 “맞아, 할머니가 빨래하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너와 재미있게 놀지 못하니 네 손해잖아. 속상한 걸 말로 표현한 건 아주 잘한 거야. 말로는 얼마든지 해도 좋아. 그렇지만 오줌 싸는 것은 손해나는 방법이었단다” 하고 차분하게 말해주면 된다. 이런 어른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는 서서히 감정 조절도 배우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알아가게 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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