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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을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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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커피 

- 용혜원 시인 (유머자신감연구원 원장)
 

가을과 커피는 색감이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가을에는 유난히 커피를 자주 찾는다. 커피에는 세 가지 인생의 맛이 있다. 쓴맛 단맛 프림맛이다. 쓴맛은 절망 고통 아픔의 맛을 느끼게 하고, 단맛은 기쁨 행복 감동의 맛을 느끼게 하고, 프림은 아리송한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해 보았다. 이 세 가지가 조화되어야 커피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커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가을이다.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국처럼 달콤하다”고 누군가 말했다. 커피 한 잔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하는데 삶을 정말 감탄하고 환호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게 살아야 한다. 가을은 내 마음을 그냥 그대로 놓아두질 않는다.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게 하는, 누군가를 보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거리에 낙엽이 떨어져 고독하다고 외치며 뒹굴고 모든 것들이 외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날 오후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단골 카페에 혼자 앉는다.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고독이 온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온다. 커피 잔에 담겨 있는 커피 색깔을 바라보면 가을 낙엽이 녹아내린 물 같다. 가을 커피를 마시면 나조차 가을 색감에 물들어가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디론가 한없이 걷고 싶다.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들을 다정하게 나누고 싶어진다. 가을 속으로 마냥 빠져들고 싶다. 

왜 똑같은 커피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누구와 어떤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까. 그때마다 감정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노을이 질 때 강변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입술에 닿으면 키스한 듯한 느낌이 나고 꽃무늬가 새겨진 커피 잔에 커피를 마시면 그 향기와 그 뜨거움이 루스벨트의 말처럼 “커피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다”는 말이 절로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오늘은 가을 속으로 천천히 물들어가며 진한 향기가 나는 커피를 마시러 거리로 나가야겠다. 우연히 보고픈 친구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시 제목 ‘한 잔의 커피’- “나도 모를, 외로움이, 가득 차 올라. 뜨거운,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구리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이고. 꽃무늬가 새겨진, 아름다운 컵에, 예쁘고 작은 스푼으로, 커피와 프림, 설탕을 담아.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끓는 물을, 쪼르륵 따라. 그 향기와 그 뜨거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삶조차 마셔버리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열정의 바람같이, 살고픈 삶을 위해, 뜨거운 커피로, 온 가슴을 적시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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