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괴물

첨부 1


괴물 

- 최문자 시인(협성대 총장)
 

영화 제목이기도 한 ‘괴물’은 영화 관람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던진 바 있다. 

괴물이란 신화의 말을 빌리면 부자연한 체구 및 부분을 가진 생물을 말하며, 보통 굉장한 힘과 잔인성을 가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생물체이다. 

예를 들면 스핑크스와 키마이라를 들 수 있다. 야수의 무서운 성질과 인간의 지혜와 재능을 겸비한 자다. 신화에서는 자주 신이나 영웅에 대적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핑크스는 테바이시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괴물로서 사자의 몸뚱이에 상반신은 여자였다. 이 괴물은 어려운 질문을 인간에게 던진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간을 죽여버린다. 

어느 날 스핑크스는 한 농부에게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선한 농부 오이디프스는 “그것은 인간이다”라고 대답했다. 

스핑크스는 자기가 제출한 수수께끼가 너무 쉽게 풀린 데 대하여 굴욕을 느끼고 바위 밑으로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인간이 괴물을 이긴 신화의 한 스토리이다. 

이 시대에도 괴물이 자주 출몰한다. 사람의 몸에 야수의 사상이나 생각을 가진 기형의 생물체라든지, 행복한 얼굴을 가진 인간이 무서운 자살을 기획하는 뇌세포의 병변이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분명 괴물의 모습이며 괴물의 행위를 닮고 있다. 

괴물은 그 몸이나 생각이나 힘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리에서 목까지는 인간의 것이지만 머리는 줄창 짐승이나 마귀의 생각만 하고 있다면 괴물임에 틀림없다. 한강과 그 주변 둔치를 타고 올라와 히스테리컬하게 언제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 

괴물은 잔인해 보이지만 가끔 심술도 부리고 엄살을 떨면서 친밀하고 약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괴물의 또 하나 특징은 감당하기 힘든 식욕과 탐욕이다. 통째로 먹이를 삼키기도 하고 자신의 은신처에 먹이를 저장해 놓는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은 이 영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러한 괴물과 맞서 싸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처절하고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인간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이 시대의 괴물은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모습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고 접근해 오고 있다. 가끔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 또는 근사한 선물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사람이지만 괴물이 하는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해버리는 이 시대의 괴물은 영화 속이 아니라 지금도 인간과 공존하며 분명 삶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괴물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이른 새벽부터 말씀 읽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편 나의 모습도 나의 생각도 괴물의 그것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살펴보기도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