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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와 떨어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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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떨어져야 할 때 
 
- 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21개월 된 손녀를 봐 주고 있을 때였다. 아이 아빠 엄마는 잠시 일 보러 나가고, 아이는 낮잠을 자겠다고 해서 방에 누워 함께 뒹굴고 있었다. 할머니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잠들 듯하던 21개월 아이가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는지 “엄마!” 하고 외치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여기 저기 찾아보아도 엄마가 없자 갑자기 뒤에 서있는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고마워” 하였다. 그동안 아이들을 숱하게 봐 왔지만 이 연령의 아이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을 처음 봤다. 엄마가 없는 자리에 할머니가 있어 주어 다행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대리양육인에게 대한 고마움을 아기들도 느끼고 생각한다는 점을 새롭게 깨달았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은 출근하며 아이와 떨어지는 때라고 한다. 엄마에게 엉겨 붙으며 큰소리로 울기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아이를 돌봐 주는 이에게 문제가 있어 아이들이 부모에게 더 붙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와 함께 있다는 그 자체로 울고 떼를 쓴다. 

엄마 아빠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본능이다. 그러나 일차적 애착을 느끼는 부모가 없을 때에는 아이들도 차선책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심하게 칭얼거리는 아이들도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돌보아 주는 대리양육자에게 돌아서서 아양을 떨며 안기기도 하고 잘 지낸다. 돌보는 이의 인성이 올바르고 양육 방법에 문제가 없다면 직장에 가서 아이 생각에 가슴앓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돌보는 이와 아이의 관계를 항상 관찰하여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이들의 하루생활을 들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도 집에서 힘들게 인내하며 기다렸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들은 장 보러 갈 때나 출근할 때 아이 몰래 나가기도 한다. 헤어질 때 심하게 우는 것을 보느니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문제에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 사무실에 가서 일하고 올게” “금방 은행가서 돈 내고 올게” “맛있는 것 사 가지고 올게” 등등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그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몰래 나가면 ‘속았다’는 느낌을 받거나 ‘더 붙잡아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 쉽다. 

그러나 아무리 영유아들이 적응을 잘한다고 해도 엄마 아빠를 내보내고 나면 마음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퇴근 후 잦은 회식에 1차, 2차도 모자라 3차까지 술집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는 아이들 마음의 허전한 구멍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가정친화적인 기업문화가 자리 잡아 아이들이 그리도 애타게 원하는 엄마 아빠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탁하신 양육 소명이 완성될 수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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