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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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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최문자 시인 (협성대학교 총장)
 

30억년이 넘는 지구의 역사에 비해 인류 문명의 역사는 너무나 짧고 더구나 인간이 자연을 가공하기 시작한 역사는 더욱 더 짧다. 그 짧은 자연과의 접촉 기간 중에도 자연을 파괴해 재생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역사는 불과 몇 백년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기간인데도 인간은 생태계를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파괴해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이미지와 형상화를 통해 생태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새로운 경향으로 생태문학도 대두됐다. 생태문학은 우리의 생활방식, 의식구조, 무의식적인 욕망까지 문제 삼는 매우 근본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 ‘산문시(1)’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탱크도 들어올 수 없소. 무너진 성터가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중략)” 

포도밭을 지키는 농민이 부정적인 근대성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또 이문재 시인도 ‘오존묵시록’이라는 시에서 “오존강 말라서, 오존강은 갈라져서/ 아 우리들 살던 옛집 푸른 지구/ 막무가내로 무너진다/ 하늘로 쏘아올린 화살벼락처럼/ 내려온다 불의 비, 질타의/ 장대비, 섭리의/ 쇠못같은 비, 거침없이 퍼부어진다/ 모두 잠긴다/ 떠내려가는 것/ 아무것도 없다/ 지구에서 쏘아올린/ 화살과, 바다로 흘려보낸 뜬것들로/ 가득하고 가득하고 가득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 파괴의 문제는 어민의 문제, 바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존층 파괴의 문제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구성요소가 동시에 파괴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시다. 

본래 시의 전통 속에서 자연은 어떤 것보다도 믿을 만한 경전, 교훈 지혜서 같은 것이 돼 왔다. 시인들은 자연이라는 책을 통해 생과 세계의 진실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한다.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생물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이며 자연은 곧 살아 있는 생물이기에 이런 생각은 계속 유효하다. 

하나님의 인간 창조 과정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지으셨기 때문에 인간은 원래 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담이 천국에서 축출된 이래 우리는 모두 아벨을 죽인 카인의 후예다. 그 살해 동기는 소유욕이다. 인간의 이 소유욕이 자연을 약탈하고 모든 기계를 제조하고 동원해 생태를 파괴하게 된다. 인간의 창조가 신의 위치에 서려는 데까지 막 가고 있다. 

한스, 마구느스, 엔첸스베르거가 쓴 ‘사과에 대한 조사’라는 시의 아주 훌륭한 한 구절을 소개한다. 

‘저기 이 사과는 지구이다.’ 

사과와 지구를 동일시하고 있다. 사과가 자라야 지구상의 인간들은 사과를 먹을 수 있다. 실제적인 사과는 실제적인 지구다. 

사과 한개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지구 위의 인간들은 결국 파멸할 것임을 이 시에서 증언하고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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