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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 파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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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파산의 시대 

- 이태형 국민일보 i미션라이프부장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수정교회를 처음 방문한 것은 92년 여름이었다. 로버츠 슐러 목사가 인도하는 예배에도 참석했었다. 수정교회는 당시 미국을 방문하는 세계의 크리스천들이 반드시 찾는 신앙 명소였다. 90년대 들어 미국교회탐방이 활성화 되면서 많은 한국 신자들도 교회를 찾았다. 슐러 목사는 ‘주님이 만드신 위대한 자연을 조망하면서 예배드릴 수 없을까’를 생각하며 전면이 유리로 된 수정교회를 건축했다고 한다.

수정교회는 ‘부자 교회’로 유명했다. 오렌지카운티의 성공한 백인들이 주된 신자층이었다. 교회 충성도가 높았으며 헌금도 많이 냈다. 슐러 목사는 노만 빈센트 필 박사 등의 계보를 잇는 긍정과 적극적 사고의 신봉자였다. 그의 ‘긍정의 신학’에 백인 중산층들이 호응했다. 자신들의 부와 번영을 신학적으로 지지해 줬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들백교회, 레이크우드교회, 윌로우크릭교회 등이 유명하지만 수정교회야 말로 미국 대형교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수정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버라이어티쇼에 필적한다. 특히 부활절과 성탄절의 공연은 라스베이거스의 공연에 못지않다. 실제로 수정교회의 성탄절 공연인 ‘크리스마스의 영광’을 한번 관람했었다. 예배당 안에서 ‘천사’로 분한 수많은 사람들이 와이어를 타고 날아다녔다. 장엄한 오케스트라에 화려한 조명 등은 관람객의 찬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엄청난 돈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수정교회가 최근 남캘리포니아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교회는 이미 200만 달러(약23억) 이상의 채무 불이행으로 3개의 민사소송건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로버트 슐러 목사의 딸로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세일라 슐러 콜밴 목사는 파산 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교회 사역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정교회의 화려한 명성은 이제 희미한 그림자가 되고 있는 느낌은 지울 수없다. 

수정교회가 이렇게 파산신청까지 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슐러 목사의 은퇴 이후 아들인 로버트 A 슐러 목사에 이어 딸이 후계자로 바뀌는 등 절대적 권위를 지닌 담임 목사 이후기의 혼란도 한 원인이다. 또한 교회 운영을 방만하게 해 왔다는 점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크리스마스의 영광’과 같은 대형 공연도 좋다. 유리로 만든 교회당도 좋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교회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교회 일’이다. 본질적인 ‘주의 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교회는 금융위기 훨씬 이전부터 좀더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요불급한 지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한때 미국을 풍미했던 긍정의 신학, 적극적 사고방식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수정교회의 쇠락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교회에도 신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슐러 목사와 수정교회에 환호하던 세대는 사라지면서 아예 교회에 무관심하거나 보다 본질을 추구하는 양극단의 사람들이 교회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교회에 무관심한 사람들, 가령 ‘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적인’(Not Religious, But Spiritual) 사람들은 교회 자체를 멀리하고 있다. 교회에 가더라도 본질을 추구하는 신자들은 수정교회와 같은 긍정적 사고, 다소는 심리학적이면서 경영학적 요소가 가미된 교회를 외면한다. 그러다보니 수정교회와 같은 교회의 존재 기반은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유명한 대형교회라도 쇠락할 때가 있다. 왕조사가 왕조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이라면 교회사는 교회의 번성과 퇴조를 다룬 것이다. 이 땅에서 끝까지 영화를 누리는 교회는 없다는 사실을 교회사는 증언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한 해에 3000여개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 대부분은 소형 교회지만 중·대형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생존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이들 생존 교회의 공통점은 최소한의 운영(Minimal Operation)을 한다는 점이다. ‘교회 일’에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모든 여력을 ‘주의 일’에 쏟는 교회는 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수정교회의 파산 신청을 한국 교회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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