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강한 기독교의 함정

첨부 1


강한 기독교의 함정 
 
- 김선일 교수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어떤 이들은 진작에 그럴 줄 알았다는데, 솔직히 설마 했고 믿어지지 않았다. 유학생 시절 전병욱 목사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호불호의 감정이 동시에 교차하는 독특한 메시지였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그의 언어와 시대의 이슈를 관통하는 소통능력이 부러웠다. 현실의 위세 앞에 왠지 작아지기만 하는 크리스천 젊은이들을 복음의 능력으로 무장시키는 그의 지휘관다운 리더십에 때로 위로를 받기도 했다. 동시에, 그 거침없는 영적 전투력을 따라가기에 숨가빴고, 그의 메시지에서 복음의 깊은 비밀과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특히 ‘약함’과 ‘다름’을 신앙의 스펙트럼에서 용납하기보다 쾌도난마해 버리는 그의 발언들은 꽤 불편하게 들렸다. 그래도 주변에서 삼일교회를 다니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한다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덕담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생의 고단함이나 좌절감을 느낄 때면 가끔 서점에 진열된 그의 책을 읽으며 영혼의 강장제를 신속히 섭취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흔들림 없는 확신과 실천의 목회자 같았다. 

누군가가 알려줘서 그의 마지막 설교를 인터넷으로 보았다. 그날의 본문과는 큰 상관없이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진솔하게 다뤘다. 선입견 때문이지, 외로움을 하나님께 내어놓지 않으면 그것은 악이라는 그의 주장에 솔깃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 신학생들에게 ‘목회자의 자기관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직후였다. 존경받는 신실한 사제인 헨리 나우엔은 「상처입은 치유자」를 포함한 그의 거의 모든 저서에서 외로움(또는 고독)의 문제를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사역자는 외로움이라는 괴물 같은 대적과 ‘외롭게’ 싸워야 하는 존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영성과 성의 욕구는 비례해서 상승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영성은 인간의 종교적 만족을 추구하는 모습이지,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는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일반 회중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종교심의 정점에 서 있다. 따라서 늘 두터운 신심과 영적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거의 모든 목회자들은 감동스러운 말씀, 늘 준비된 돌봄, 효과적인 프로그램과 같은 자기 외적 요소를 통해 회중으로부터 존재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내면의 허전함은 무섭도록 팽창해 버린다. 풀러신학대학원의 아치발드 하트 교수는 자극과 만족을 추구하는 삶의 패턴은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고, 이를 시급히 해소하고자 중독적 충동(성, 도박, 알콜 등)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핑계로 목회자의 허물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 하나님의 종을 넘어트리려는 모함이라느니, 또는 교회를 파괴하는 이단의 음모라는 궤변들에 나는 분노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터지는 목회자들의 칠계 위반을 단지 수컷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저급한 도덕성으로만 치부하는 것 또한 대증요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자의든, 타의든 목회자들은 권력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 쉽고, 이는 곧 일상에서 노출되는 자신의 약함과 한계를 공유할 관계망이 급속히 사라지는 결과를 빚는다. 바로 강한 기독교의 함정이다. 

이를 또 다른 강함으로 대응하면 더 많은 수렁을 만드는 꼴이 된다. 향후 전병욱 목사가 어떤 징계와 회복의 수순을 밟아야 절차적으로 올바른지(강한 제도)를 논하거나, 또는 늘 그렇듯 목회자의 실종된 윤리를 개탄하는 도돌이표를 찍는데(강한 윤리) 그친다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를 불량스럽게 마치는 것이다. 

앞서 말한 헨리 나우엔은 외로움과 맞서기 위해서 고백과 용서의 공동체적 훈련을 권한다. 지금과 같이 목회자가 영성의 고고한 탑과 같이 존재하는 한, 신앙은 세상과 인생의 문제를 돌파하는 승리의 전법이라며 강변하는 한, 그리고 한계와 더불어 사는 저 자극적 신앙의 길을 외면하고, 소소한 삶에서 사역의 진실을 나누는 목회 지지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제고가 없는 한, 강한 기독교의 함정은 또 다른 목회자들을 집어 삼킬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