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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중동 분쟁 격화시킨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발언


중동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유혈사태로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로 대응하면서 지난 9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4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14년 이른바 ‘50일 전쟁’이후 3년여 만이다.

트럼프의 도발적인 발언은 국제 외교가의 강한 반발을 넘어 아랍권의 무력 투쟁을 현실화한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2개 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물론 유엔, 유럽연합, 영국 프랑스 등 다수의 서유럽 국가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트럼프의 발언을 질타했다.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며 전면적 항쟁을 선포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움직임이 심상찮으며 이슬람국가(IS)가 궤멸위기에서 벗어날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러시아 스캔들 등 국내의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트럼프의 외교적 무리수로 국제사회의 혼란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글로벌 정세를 위험에 빠뜨린 ‘예루살렘 도발’을 당장 멈춰야 한다. 예루살렘 수도 결정 문제는 종교와 역사, 민족, 국제정치, 외교 등 복잡다기한 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여러 입장들이 감안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협상 등 중동평화 과정을 통해 풀도록 유예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와 관례를 일거에 무너뜨린 트럼프의 행태는 국제사회의 상식을 거슬린 반동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분란 조장행위를 중단하고 상식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중동이 시끄러워지면서 우리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유가 등 경제가 걱정이다. 중동은 우리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글로벌투자은행(IB)들이 내년 유가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마당에 중동리스크가 심화돼 유가앙등이 현실화되면 국내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는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소비를 줄이고 기업매출 감소로 이어져 투자 및 고용 위축을 낳는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세 등 물가 상쇄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에는 악재 중의 악재다. 국내 상품과 플랜트 수출에서 중동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역국이다.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핵 리스크 등 외생변수가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중동의 분쟁이 앞으로 더 격화되면 파장은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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