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유아 자녀와 헤어질 때

첨부 1


유아 자녀와 헤어질 때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딸이 육아휴직을 받으면서 두 외손녀 37개월 된 정연이와 22개월 된 정인이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행복해 했다. 가기 싫어하던 치과도 선뜻 따라나섰다. 치과 진료 후 집으로 돌아오던 딸은 약속이 있어서 빨리 나가야 했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 정보를 찍어보니 ‘3분 후 도착’이라고 떴다. 그 차를 놓치면 약속에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엘리베이터에서 아이 봐주는 사람 손에 아이들을 맡기고 가버렸다. 

얼떨결에 엄마와 헤어진 정연이는 이렇게 말했단다. “저렇게 도망가면 어떻게 해.” 이 말을 전해 듣고 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과 헤어지려면 ‘엄마 안녕’ ‘사랑해’를 여러 번 한 후에 엄마가 차타고 가는 것까지 직접 봐야 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원래 아이들은 엄마와 헤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아이와 늘 붙어 있을 수도 없다. 때가 되면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도 가야 한다.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는 것도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 측면에서나 세상을 탐색할 기회를 주는 측면에서나 좋은 일이 아니다. 

다만 아이와 헤어질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다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분이 아이의 입장에서 쓴 시의 일부다. 제목은 ‘엄마랑 내가 헤어져야 할 때’다. 

“엄마랑 내가 헤어져야 할 때 내 허락은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엄마, 그렇지만 나에게 꼭 말해 주세요. 슬그머니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엄마가 또 다시 사라질까봐 한 번 돌아보고, 또 한 번 돌아보고/ 자꾸자꾸 돌아보는 건 정말 싫어요/ 엄마랑 헤어지는 인사 하면서/ 그냥 한 번 우는 게 차라리 더 좋아요”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하루 종일 곁에 잡아두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신뢰가 필요하다. 엄마 아빠가 일이 있어 나가도 곧 다시 돌아오신다는 신뢰 말이다. 

그래서 영아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와 헤어질 때 번거롭고 시끄럽더라도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엄마 시장 갔다 올게”와 같은 말을 꼬박꼬박 해 줘야 한다. 그래야 헤어져도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오랜 기간 아이를 떼어 놓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도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곧 다시 올 것이며, 떨어져 있어도 늘 사랑한다고 충분히 표현해 줘야 한다. 가능하면 자주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려주어 엄마의 존재를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때때로 아이들은 놀이에 몰두하면 엄마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비록 떨어져 있지만 엄마가 날 생각하고 있구나’라며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이전의 영·유아들에게 장기간 부모와 헤어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겉으로는 잘 자라고 있는 듯이 보여도 정서적으로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의 출생 때문에 첫째를 시골에 보낸다든가 하는 일은 특히 좋지 않다. 이때 아이들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골 3:21)는 성경 말씀은 어떤 환경과 상황보다도 아이의 마음속을 깊이 살피고 우선시하라는 뜻이리라.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