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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의춘추-라동철] 개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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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대 정당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국회 헌법개정(개헌) 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이 연말이면 끝나는데 개헌의 큰 그림도 아직 그리지 못했다. 기본권 및 자치분권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했지만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의제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 주요 정당들이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회는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3월 중 발의하고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지만 여야가 연장 합의를 하지 않으면 특위마저도 곧 공중분해될 판이다.

헌법은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위의 법’이다. 국가의 구성·조직·통치 방식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으로,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국가기관이 민주적이고 균형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헌법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결과물로 나온 제9차 개정 헌법이다. 직선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재판소 신설 등이 핵심 내용으로 민주적 정권교체를 정착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지난 3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를 반영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개헌이 불가피하다.

특위에서 논의된 개헌의 주요 의제들은 헌법 전문 및 총강 개정, 기본권 조항 개정 및 신설, 정부형태(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확대, 경제민주화 강화, 선거제도 및 사법부 개편 등이다.

개헌이 필요하고 내년 지방선거 때가 적기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회의장실이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의 88.9%, 일반 국민의 75.4%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개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각 정당의 이해가 달라 개헌안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 실시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라도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의원 116명의 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의결을 거쳐야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데 국회 통과에는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우리 정치 문화로 볼 때 혁명적 상황이 아닌 한 개헌안 국회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새해가 되면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지방선거로 쏠리면서 개헌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고, 5대 정당이 약속한 데다, 국민투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주요 의제가 고루 반영된 개헌이라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여야가 합의한 낮은 수준의 개헌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개헌 논의과정에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법적 근거도 취약한 데다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지를 결정하는 건 헌법상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다고 미덥지 않은 국회만 바라보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개헌의 동력을 높이고 개헌 논의가 정략적으로 진행되다 흐지부지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개헌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개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TV 토론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여론조사를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의 뜻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자세가 중요하다. ‘해 보겠지만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는 무책임하다. 그건 한국당을 핑계 삼아 자신들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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