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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색과 삶] 곶감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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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다녀오는 길에 곶감 한 상자를 샀다. 반쯤 말린 반건시 상주 곶감이다. 이맘때 곶감은 주홍빛이 탐스럽고 말랑말랑해서 먹기에 딱 좋다. 내 어릴 적 겨울에는 세끼 밥이나 고구마를 제외하고는 먹을거리가 귀했다. 겨울방학에 접어들 무렵, 대청마루 추녀 안쪽에 매달아 놓은 곶감을 채 마르기도 전에 하나씩 빼먹곤 했다. 곶감이야말로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겨울철은 일조량이 적고 채소도 흔치 않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스럼을 달고 살았다. 곶감은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이라 겨울철 영양 보충에 제격이다. 그래서일까, 곶감을 먹으면 왠지 힘이 솟는 기분이 들곤 했다. 주홍빛 홍시 또한 맛있지만 보관이 어렵고 귀한 탓에 손님이 왔을 때 별식으로 내놓았다. 초겨울에 말랑말랑했던 곶감은 점차 수분이 빠지면서 당분이 농축되고, 뽀얀 당분이 분처럼 피어나면서 주홍빛이 검붉게 변한다. 딱딱한 씨를 발라먹는 불편을 감수할 만큼 곶감은 달고 찰지다. 곶감이 전래동화에 등장하고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다.

우리나라 과일의 삼총사 격인 배는 삼한시대부터, 감은 고려시대, 사과는 조선시대 병자호란 이후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은 연노랑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따로 피는 암수한그루이지만 암수딴그루도 있다. 본래 씨앗이 8개 맺히는데,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으면 청도반시와 같이 씨 없는 감이 된다. 수꽃이 피는 감나무를 제거하고 암꽃만 피는 나무를 재배해서 그렇다.

여하튼 영양소 덩어리인 곶감은 종양 발생을 막고 노화를 방지해 준다. 홍시는 변비를 유발하지만 곶감은 그럴 염려도 없다.

어린 시절 행복에 젖게 했던 주홍빛 곶감이 눈에 선하다. 그 곶감을 올 한해 신세진 분들에게 선물이라도 해볼 참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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