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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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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겨울에 꽃피는 나무가 더러 있다. 남쪽의 난대식물 중 동백, 비파, 목서, 구골나무 따위 상록활엽수는 찬바람이 불면 맑은 향을 퍼뜨린다. 특히 차나무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꽃망울이 부풀고 첫 얼음이 얼 무렵 새하얀 꽃송이가 반쯤 벌어져 아래를 향해 매달린다. 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이듬해 여름 동안 열매가 자라고 다음해 새 꽃이 필 무렵 비로소 씨가 여문다. 그래서 꽃과 열매를 한 가지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차나무를 관상수로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원산의 애기동백을 붉은꽃차나무라 하여 소개하는 이도 나왔다. 중국에서 애기동백을 산다(山茶)라고 부르는 것에서 연유했으리라. 신라 때 대렴이 당에서 차씨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을 보면 차나무의 재배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 하동과 보성, 제주에서 대규모 차밭을 조성하여 산업화하고 있다. 그러나 차나무는 겨울의 건조한 기후에 약해서 가지 끝이 말라죽는 일이 많다. 급기야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차나무의 동해 방지법을 공모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식물의 생육 원리만 알면 간단하게 대처할 수 있다.

상록성 난대식물이 겨울에 시드는 것은 추위에 얼어 죽는 것이 아니고 수분 부족으로 마르는 현상이다. 이럴 때 물을 뿌려주면 차나무는 금방 얼음 속에 갇히게 된다. 그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나무가 말라죽는 일은 결코 없다. 눈과 얼음은 섭씨 0도밖에 안 되므로 보온재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해 겨울 동안 혹한기에 2∼3번만 물을 뿌리는 것으로 봄철 찻잎 수확기에 큰 증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서울에서도 동백나무를 노지에서 가꿀 수 있다. 학교 정원에 동백꽃이 피고 아파트 녹지에 상록성 차나무를 심어 생울타리로 한다면 우리의 겨울이 얼마나 풍요로워 지겠는가. 작은 노력으로 큰 결과를 거둘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제 더 이상 차밭이 동해를 입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란다.

오병훈(수필가),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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