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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술산책] 프리다 칼로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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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커튼이 쳐진 실내에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다. 침대 위에선 인형극이 한창이다. 멕시코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옆으로 해골 마스크를 쓴 남성이 보인다. 침대 뒤쪽에선 악어가 이빨을 드러낸 채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고, 요람 속 아가는 곧 울음을 터뜨릴 기세다. 악어는 과연 여인을 덮칠 것인가.

결말이 궁금해지는 연극무대를 그린 작가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로사 마리아 운다 수키(40)다. 인간이 머무는 ‘집’에 관심이 많은 수키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여성 작가 프리다 칼로(1907∼54)가 살았던 푸른 집에 매료돼 이를 파고들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을 칼로가 태어나 성장했고, 사랑하다 고통 속에 죽어간 멕시코시티 교외의 집을 도상학적으로, 또 서사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곤 54점의 드로잉과 56점의 유화, 기록영상을 제작했다. 수키의 연작 중 후반부에 해당되는 이 그림은 말년의 칼로가 통증으로 움직일 수조차 없어 병원에 살며 친구와 연극놀이를 하던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린아이처럼 순정한 마음으로 연극 대사를 읊는 칼로의 모습이 붉은 화폭에 오버랩되며 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의대생을 꿈꾸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서른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고, 흠모하던 대선배와의 사랑이 배신으로 끝나자 통렬한 페미니즘 회화를 쏟아냈던 칼로. 그의 여정에 섬세한 상상력을 더해 ‘기억의 회화’를 완성한 수키의 작업은 도산공원 옆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영란(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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