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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짓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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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진실 

- 최문자 시인 (협성대 총장)
 

거짓과 진실 사이의 거리는 먼 것 같으면서도 아주 가깝다. 밀레 그림의 ‘만종’을 보면서 ‘그림 속에 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짓이면서도 참이다. 그림 속엔 분명 종이 그려져 있지 않은데 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짓이지만, 부부가 하루의 노동이 끝날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만종’은 분명 존재하고 그 사실은 참인 것이다. 

프랑스 대학입학시험 1999년 철학 과목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원래 거짓말이란 타인을 상대로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다른 자기를 그려내는 모습을 볼 때 인간은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요즘 소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명품’이다. 빚을 내어서라도 명품을 사서 명품족이 되고자 한다. 명품족 대열에 끼는 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짝퉁이라도 사서 가짜 명품족 대열에 끼고 싶어 한다. 

플라톤이 말했다. “겉모습이란 속임수다.” 

그러나 명품족의 재력과 능력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선과 대우가 작용하는 한 거짓은 주변 사람들에게 ‘참’으로 잘 먹힌다. 

또 가끔 범죄 영화에서 보는 거짓말탐지기가 생각난다. 거짓말을 가려내는 데 사용하는 기계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얼굴에 어떤 징후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 숨, 혈압, 맥박이 달라지고 부자연스러워지며 긴장과 경련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거짓말탐지기도 찾아내지 못하는 거짓말이 있다. 자기 절제력이 강한 자나 연기자 등 절제 훈련을 잘 받은 사람은 기계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쉬운 예로 신 앞의 거짓말이 죄악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아는 크리스천들도 거짓말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양심 앞에 기계는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잘 하고 있는가? 

“보고 싶어 죽을 뻔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미운 내 새끼.” “죽는 줄 알았다.” 신앙인들이 아무런 신앙적 의사나 감동 없이도 말하는 “아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병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화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은 참과 무척 가까운 거리에 있으므로 어떻게 공적으로 책임을 물을까?’ 하는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신 앞에 나는 짝퉁이 아닐까?” 하고 가끔 부끄러운 생각을 하며 혼자 얼굴을 붉힐 때가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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