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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최일도 <21> 55세 담임목사 은퇴… 퇴직금 헌금하고 사택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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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588 뒷골목에서 시작한 다일교회는 고 한경직 목사님의 배려로 대광고등학교 시청각실과 대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성도 1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몸집을 줄이기로 교우들과 약속했다. 주민과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며 교회를 분립, 2007년 남양주에 자리 잡은 다일교회는 400∼500명이 모이는 지역교회가 됐다.

“다일공동체의 사회봉사활동과 영성수련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일체가 은혜요 감사뿐입니다.” 이 말을 남기고 난 55세에 교회의 담임목사직 은퇴를 결심, 2010년 9월 10일 실행에 옮겼다.

재정 절반 이상을 사회로 환원하는 교회, 6년마다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교회라 교역자들이 많이 몰리진 않았다. 교단이 달랐지만 장로님들의 간청으로 김유현 목사를 다일교회 2대 담임으로 모시게 됐다. 다일복지재단 사무국장이던 그가 후임자가 될 줄은 교인들도 김 목사 본인도, 나도 몰랐다.

“다일교회는 단 한 번도 하늘을 찌를 듯한 예배당과 사람이 구름 떼처럼 모이는 것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일에는 둘째가지 맙시다. 우리 교회에서는 힘겨루기를 영원히 추방합시다. 형제의 허물을 덮어주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사랑합시다.”

김 목사와 교우들에게 건넨 마지막 부탁이다. 당회에서는 담임전도사 2년, 담임목사 20년의 퇴직금을 계산해보니 4000만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를 주더라도 전액 헌금해 장학재단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4억원을 드렸다가 4억원을 되돌려 받아 최일도장학재단을 만들자”고 답해 모두가 크게 웃었다.

퇴직금 전액을 사회봉사와 평화·인권 운동에 뜻을 둔 학생, 교회 갱신과 일치에 뜻을 둔 신학생, 가난한 학생 등에게 써달라며 기증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쌓아놓은 게 얼마나 많으면 큰돈을 그렇게 선뜻 내놓느냐”며 중상모략 하는 소리가 많았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내 주변에 헌금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근검절약하여 모은 것을 헌금한다. 22년 전 펴낸 책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의 인세가 3억원이 넘었을 때, 나에겐 300만원도 없었다. 당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한 채 시세는 1억5000만원이었다. 아파트 두 채가 생길 뻔했지만 그 인세도 전액 드렸다.

“고민하지 말고 1억원은 하나님께, 1억원은 가난한 사람에게, 1억원은 마누라에게 돌리라”고 아내가 간청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세와 퇴직금 전액을 헌금하고, 사택까지 반납한 것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이 땅의 선한 목사님들에게 이와 같이 결단하라 해서도 안 된다. 다만 후배 목회자들이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 사임을 했으면 깨끗하게 사임하자는 것이다.

은퇴 후 6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다일교회에 가서 창립기념 주일설교를 했다. 후임 목사와 성도들은 큰 행사나 절기 때마다 초청했지만 하나님과 나 자신의 약속이 더 중요했기에 거절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뭐래도 목사와 장로에게 있다. 그들부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맨 처음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순수하던 시절의 정신과 영성을 갖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지 않으면 개혁을 밤낮 외쳐봐야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는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참으로 부족한 목사지만 후임 목사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친밀하게 지내는 것만큼은 이웃교회와 후배들이 본받았으면 한다.

정리=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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