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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나’도 아는 황금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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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도 아는 황금률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엄마, 안나는 제임스밖에 몰라?” 그간 보아온 어른들과는 사뭇 다른 ‘안나’의 어눌한 행동에 아들아이가 유난스레 관심을 보인다. 안나는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인물이다. 정신지체가 있어 일곱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해외입양아였는데, 아들 동해를 키우며 떠난 연인 제임스를 줄곧 기다리다 30년이 지나서야 그를 찾아 한국에 왔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 그리 애타게 찾는 인물은 알고 보면 ‘이미 아는 사람’이다. 동해가 요리사로 있는 호텔 사장의 남편, 방송국의 유명한 앵커 ‘김준’ 국장이 제임스란다. 그러나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알아서야 150회짜리 일일드라마를 어찌 이어갈까 하여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제임스네 며느리 ‘새와’가 가족 상봉을 막는 최고의 악역을 맡고 있다. 가난한 동해를 버리고 호텔 사장 아들인 도진을 택한 그녀로서는 두 남자가 형제라는 사실을 숨겨야 할 터. 해서 새와는 순진하고 모자라는 안나를 속이며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제임스의 아내인 홍 사장 역시 그 전에는 부족하고 가여운 안나에게 연민을 보이고 도움의 손길도 내밀더니, 남편과 안나의 일을 알고 나자 악역으로 돌변했다. 아들 도진 역시 아버지에게 “나와 동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며 비뚤어져 있다. 

새와도, 홍 사장도, 도진도 모두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회적 지도층이건만 그들의 행동은 객관성도 도덕심도 잃은, 그야말로 자기중심적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다. “드라마라서 그래”하며 위로하기에는 요즘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현실의 모습들이 자꾸 겹쳐 보인다. 

가역적 사고, 즉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는 능력은 아주 어린 시기에는 힘들다는 것이 발달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유치원 무렵, 그러니까 6∼7세 어린이들은 관계성 교육을 받는 과정 중에 가역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친구 장난감을 뺏으면 나는 좋지만 내 친구는 슬퍼할 거야. 나도 내 장난감을 빼앗기면 슬퍼지니까.” 이렇게 ‘입장 바꿔’ 생각하며 이기적 욕망을 자제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일곱 살 지능의 안나조차 그리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었다. 제임스가 이미 가정을 갖고 있음을 알고 난 뒤 슬프지만 뒤로 물러나려 했다. 제임스를 찾는 것은 곧 홍 사장과 도진이에게 슬픈 일이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27년간 못해준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파 이후의 삶은 안나와 동해를 위해 쓰고 싶다”는 제임스의 말에 안나가 고개를 저은 이유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행복해지기는 싫다는 거였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 일곱 살 지능의 안나도 아는 이 황금률을 세상의 권세자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리 말씀하셨나보다.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마 11:25). 참으로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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