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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김홍일 <11> 영국 사회적기업 방문, 유학의 가장 큰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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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2003년까지 나눔의 집에서 사역하며 쉼 없이 달려오던 인생에 갑작스러운 여백이 생겼다.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유학은 기대도 됐지만 당황스러웠다.

활동가들이 늘어나면서 나눔의 집에서 내 역할은 주일 성찬 예배를 드리는 일 외에는 의사결정 회의와 나눔의 집 대표로서 얼굴 내미는 것 정도였다. 나눔의 집 활동가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보다는 외부적인 일이 늘어났다. 가끔 활동가들의 어려움을 듣고 도와야 하는 상황과 마주할 때면 그들과 고민을 나누는 일에 내가 매우 서툰 사람임을 발견했다.

그래서 상담공부를 하고 싶었다. 영성 모임을 하며 그리스도교 전통에 있는 영적 지도와 관련한 공부도 생각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서 함께 일하는 활동가들이 쉼과 성찰로 새로운 힘을 얻어 활동을 쇄신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책으로만 보던 유럽의 사회적기업들을 방문하고 싶었고 나눔의 집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지역사회 조직 등의 공부도 하고 싶었다.

어학연수는 강원도 강촌에 있는 수도원 형제들의 도움으로 3개월 정도 영국 힐필드의 수도원에서 준비할 수 있었다. 나눔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중풍이 있던 아버지는 양평의 한 시설에 요양을 부탁드릴 수 있었다.

영국에 도착해 수도원으로 간 첫날, 창밖으로 한가로운 들판에서 뛰노는 노루를 보며 다른 세상에 온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누군가와 말할 기회는 적었다. 식사 시간 외에는 각자에게 맡겨진 노동을 했고 수도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결국 2주 정도 수도원에 머물다 영국 버밍엄 인근의 솔리헐대에서 3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하며 영국 교회들을 방문했다. 이후 유학한 영국 어센션대에서의 경험은 그리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주로 해외 선교사들을 훈련하는 수업 내용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버밍엄과 런던 브리스틀 등에 있는 사회적기업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현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런던의 사회적기업가 학교를 찾아가 인터뷰하며 학교가 주는 장학금을 받아 훈련에 참여할 기회도 얻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의 여러 사회적기업을 방문하고 사회적기업가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던 일은 가장 큰 배움으로 남아 있다.

장학금이 부족해 영국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동료 사제가 포천 땅을 기증한 교우에게 이를 알렸다. 고맙게도 그 교우가 후원금을 보내줘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소셜인스티튜트에서 운영하는 지역사회개발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 영국과 다른 환경이었지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였다.

필리핀 산골 마을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동안 지역주민의 집 부엌 평상에서 열흘을 지내며 함께했던 경험은 필리핀 주민의 선한 마음과 아픈 현실을 동시에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필리핀에서의 공부를 마치며 다음 영성 공부를 위해 2005년 인도 방갈로르에 있는 다르마람대에서 운영하는 영성형성가 과정을 수료했다.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청원자를 위한 양성 담당자를 만드는 학위 과정이었다. 그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소박한 식사와 기도를 하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귀한 정화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정리=김동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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