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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김홍일 <13> 먹고 씻고 숨쉬는 모든 순간… 기도는 삶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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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이 끝나갈 무렵 정부에서는 반관반민 형태의 사회투자지원재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적당한 민간 파트너를 찾던 중 사회적기업육성지원법 제정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대회의에 그 제안이 전달됐다.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사회투자지원재단 설립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당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기획예산처 차관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된 반관반민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3년 동안 정부에서 사업예산을 지원하기로 했고 재단은 사회적 경제에서 시민사회의 주도성과 정체성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08년 정권이 바뀌며 재단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시민사회 대표 이사들 가운데 몇 사람을 교체해 달라며 예산 집행을 미뤘다. 이사장과 상임이사, 핵심 실무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압박이 정부로부터 들어왔고 그 배후에는 유명한 성직자 한 분도 포함돼 있었다.

재단은 정부에서 이사로 파견된 차관들을 내보내고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민간재단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려 속에도 재단은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가끔 성직자로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활동을 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산업혁명 당시 노동문제와 빈곤문제가 극심하던 때에 많은 성직자와 그리스도인이 복음적 가치에 근거해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 경제운동에 깊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 협동조합 사상에 중요한 기초를 놓은 프레데릭 데니슨 모리스와 찰스 킹즐리 등은 성공회 사제였다. 그들은 협동조합 운동을 지지하는 일이야말로 교회의 중요한 선교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시장의 기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과 사회를 향한 교회 역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삶의 현장에 조금만 눈길을 돌려도 상생과 호혜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 과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006년 디아코니아 훈련센터에서 사역할 때였다. 교구 성직자 훈련프로그램을 준비하라는 주교의 요청으로 미국 워싱턴의 샬렘재단에서 진행하는 성직자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동시에 국내에서 복지 사역으로 관심을 받던 세이비어교회의 영성과 사역 등도 관찰할 수 있었다. 워싱턴에 위치한 두 곳은 영성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고 있었다.

미국 샬렘과의 인연은 나의 영적 여정에 있어 또 다른 획을 그었다. 침묵과 실습, 그룹 나눔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많은 지식을 배워가야 한다는 기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프로그램 전체를 휘감는 관상적 분위기와 태도를 보며 그 속에 젖어들고 있었다.

성공회 영성모임에 참여하며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렉시오 디비나, 예수기도, 복음관상 등 그리스도교 전통의 여러 기도를 배우고 실천했다. 하지만 기도와 삶, 기도와 활동이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들은 샬렘재단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

샬렘은 보는 기도, 걷는 기도를 비롯해 옷을 입고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며 호흡하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줬다. 기도는 결국 삶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리=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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