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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3> 국토 종단 마치자 성금 3억… 자전거 구입해 남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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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4분의 1은 배가 불러 죽고 4분의 3은 배가 고파 죽는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만 해도 배불러 죽겠다는 얘기를 끼니때마다 한다. 2012년 아프리카 남수단, 2016년 에티오피아를 다녀오면서 나는 크게 반성했다. 볶은 커피껍질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하루 한 끼만 먹는 아이들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아프리카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계기를 말하려면 2012년 국토 종단 얘기를 꺼내야 한다. 나는 당시 ‘버킷리스트’에 있던 국토 종단을 하기 위해 매일 걷기 연습을 했다. 그러던 중 좀 더 의미 있게 국토 종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어린이재단)과 함께 기금을 마련해 어린이들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맨은 역시 아이디어로 먹고산다.

2012년 5월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해 경남 경북 충북 충남 경기도의 주요 도시를 걸어 한 달 만인 6월 4일 서울시청 뒤에 있는 어린이재단에 도착했다. 국토 종단을 마친 뒤 모금액을 확인하자 목표였던 1억원을 훌쩍 넘은 3억원이 마련돼 있었다. 우리 국민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 도착할 때쯤, 기부금으로 자전거를 마련해 아프리카 남수단에 다녀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까짓것 가보지 뭐’ 하는 생각을 하고 수원 근처를 지날 때 아예 예방주사를 맞았다. 서울에 도착한 다음에는 ‘내가 국토 종단에 성공했어. 610㎞를 걷다니. 우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자전거 2600대 중 200대를 갖고 남수단으로 떠났다.

남수단 아이들은 구정물을 뜨러 4∼10㎞를 걸어 다니느라 온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자전거를 보내주면 물을 빨리 뜨고 남는 시간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전거를 제일 먼저 시범으로 탔던 모세수라는 아이는 나를 만나 수줍어하며 두 가지 얘기를 했다.

하나는 “자전거를 줄 정도면 키가 클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하긴 좋은 일은 키다리 아저씨가 다 하는 거니까. 두 번째는 “당신은 키가 작지만 마음이 크군요. 당신을 잊지 않을 테니 당신도 저를 잊지 마세요”라는 말이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내 마음은 아프리카에 확 꽂혀버렸다.

이후에는 6·25전쟁 당시 한국을 도와준 에티오피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티오피아에 가게 된 계기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결혼식 주례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후배들이 결혼할 때 주례를 서 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왠지 나이 든 것 같은 기분에 자꾸 거절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개그맨다운 아이디어를 냈다. 주례를 봐 줄 테니 내겐 선물을 하지 말고 에티오피아 아동 한 명을 후원하라고 했다. 후원은 이어져서 어느새 에티오피아 어린이 25명이 도움을 받게 됐다. 덩달아 나도 주례 보는 게 신이 났다.

이 일이 계기가 돼 2016년 3월 꼭 가고 싶던 에티오피아에 가게 됐다. 뒤늦게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과 용산 전쟁기념관에도 갔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6307명을 파병했고 121명이 전사했으며 536명이 부상당했다.

이제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는 인생을 마칠 때까지 121쌍의 결혼식 주례를 보고 혼자서 536명의 후원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리를 도와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리=구자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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