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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4·끝> 성공적인 삶은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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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씨, 요새 뭐하세요.” “요즘 왜 TV 안 나와요.” “거 좀 자주 나와요.”

방송이 뜸해지면서 이런 말들을 자주 듣는다.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애정을 갖고 건네주시는 말들이다. 반가움과 더불어 활동이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말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서서히 연예인 생활의 끝이 다가오는 것 같아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1998년 ‘이홍렬쇼’ 100회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왔을 때 금방 시청률을 회복하니 “역시 이홍렬”이라고 신문에 크게 기사가 났다. 2년이 지나면서 14∼15%로 시청률이 떨어지니 미국에 다녀온 뒤 예전만 못하다는 식으로 말이 달라졌다.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진 연예인이라면 인기가 있든 없든 누구나 결국 최후에 들어야 할 말이 “요즘 왜 방송에 안 나와요”다. 한 번은 친하게 지내는 손아래 연예인에게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우울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이제야 그런 소리 들으면서 뭘 그러세요. 저는 힘들어서 안 좋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연예인들 중엔 이런 문제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기를 누리다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연예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을 만나면 듣기 싫은 소리 들어야 하니 아예 안 만난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내려와야 하는데 준비를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김병후 박사님께 공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김 박사님은 나와 눈높이(키)가 같고 권위 의식이 없어 늘 기쁜 마음으로 찾아뵌다. 박사님께 속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이렇게 답하셨다.

“‘요즘 잘 보이지 않네요’는 연예인을 향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속상해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에 의연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참여, 봉사활동 등에 나설 때 행복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제일 위험한 게 정상에서 멀어진 후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는 것입니다.”

한때 나 역시 “이홍렬 씨, 성공의 비결이 뭡니까”같은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그때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있어 보이는 말을 여럿 했다. “열심히 보다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 바닥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라서 가만히 있으면 뒤로 처집니다.”

나중에는 하도 인터뷰를 많이 해 기자들이 물을 말을 다 꿰고 있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말들은 교만이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성공의 비결을 탐구하던 기자들이 전부 이민을 갔는지 더 이상 내게 성공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성공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흔히 말하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성공적인 삶’인 것 같다. 나에게 성공적인 삶은 나누면서 커지는 행복이 뭔지 아는 삶이다.

다행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이웃 사랑에 참여하며 조금이나마 행복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눔과 봉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고귀한 성공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됐다. 굳이 내 흔적을 남기고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이웃을 사랑한 흔적은 남기고 싶다. 마치 예수님처럼 말이다. 만약 이게 예수님이 원하시는 성공이라면 나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가고 싶다.

정리=구자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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