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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배재철 <1> 목소리 잃은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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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좋아하고 완벽한 소리를 얻기 위해 150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에 못잖게 나 역시 더 높고 힘찬 소리를 내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한양대 성악과 재학시절뿐 아니라 이탈리아 유학 때도 내 별명은 ‘소문난 연습벌레’였다. 그 결과 199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최고 테너상을 수상하며 도밍고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도밍고를 감동시켰던 나는 동양인에겐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던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테너로서 전성기를 맛봤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오는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랬던 나, 테너 배재철이다.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역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아니 오페라 무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13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이후 더 이상 오페라 무대에 서지 못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온다는 꿈의 목소리를 잃은 것이다.

왜 하나님은 나에게서 제일 소중한 목소리를 거둬가셨을까. 그리고 나는 목소리를 잃은 게 맞을까.

“여호와는 나의 목사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편 말씀에 그 대답이 들어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나의 목자시면 나는 분명 양이다. 그러니 그분의 종의 위치에서 해야 할 본분을 다하면 자연스레 모든 게 해결된다. 그렇다면 종이 된 내가 해야 할 본분은 무엇일까.

나에게 무대와 음악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게 없이도 살 수 있었다면 나는 애당초 모든 걸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노래, 무대, 음악을 떠나선 결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다시 노래를 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요즘 나는 빡빡한 녹음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올여름 새 앨범 출시를 목표로 노래를 녹음하고 있다. 성량이 약해져 오페라는 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 부를 수 있는 가벼운 곡들로 음반을 준비 중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노래로 위로해주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두 번째 성대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이번 ‘역경의 열매’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한 가지다.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싶다. 그럼 하나님을 향한 나의 노래 1악장을 시작한다.

정리=노희경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약력=△1969년 대구 출생 △94년 한양대 성악과 실기, 98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 수석졸업 △한국 및 유럽 국제 콩쿠르에서 다수 우승 및 입상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 솔리스트, 한양대 성악과 겸임교수 역임 △유지태 주연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실제 주인공 △저서 ‘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비전과리더십) △현 명지대 객원교수, 일본 보이스팩토리 소속 가수 △높은뜻광성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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