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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 나이 팔순을 지나간다. 최근에 팔순을 맞은 한 대학 동창이 예배시간에 이런 회고사를 했다. “목회에서 은퇴한 뒤 그동안 만났던 성도들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5시30분 시작된 기도가 오전 10시까지 이어져 아침식사를 거르기도 했습니다.” 대학 동기 모임에서 또 다른 친구가 김홍도 목사(전 금란교회 담임목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농담을 건넸다. “홍도야, 예배시간에 그 친구가 한 얘기 들었지? 성도를 위해 기도하느라고 아침도 못 먹었단다. 너는 성도가 수만 명이나 되는데 하루 종일 밥숟가락을 뜰 수나 있겠나.”

예전에는 인간이 강건하면 수명이 팔십이라고 했다. 난 그 나이만큼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 난 태어나서 네 살이 될 때까지 앞을 보지 못했다. 결핵성 관절염을 앓아 작대기를 짚고 학교에 다녔다. 또 건강이 좋지 않고 집이 가난해 행복한 꿈을 꿀 수 없었다. 그렇게 부족한데도 하나님께선 날 아껴주시고 목회를 완주할 수 있게 해주셨다. 하나님은 내게 좋은 부모님을 주셨다. 부모님은 내게 여호와에 대한 경외심을 삶으로 가르쳤다. 나 역시 부모님의 뒤를 따라 복음과 양심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내 자녀들이 바통을 이어 목회의 길을 가고 있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다. 하나님은 또 내게 신앙심 깊은 아내를 허락하셨다. 아내의 소원이 참 재밌다. 하나님 앞에서 ‘난 목사의 며느리였고 목사의 아내였고 목사의 어머니였고 목사의 할머니였다’는 소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길을 걷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여호와께서 시온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 너는 평생에 예루살렘의 번영을 보며 네 자식의 자식을 볼지어다.(시 128)”

성경에는 복이란, 손이 수고한 대로 소득을 얻는 것이라고 돼 있다. 복은 곧 아내와 아이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요, 자식의 자식 곧 손주를 보는 것이다. 생각하면 누구나 받는 싱거운 복 같지만 깊이 생각할수록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나 결혼, 출산 등의 문제로 고통 받는다고 하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은 실상 비범한 일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여호와를 경외하는 아내는 물론 감람나무 같은 자식들과 그들의 자식까지 보는 기쁨을 주셨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아버지는 평생 강원도 산골을 걸어 다니며 목회하셨다. 난 목회 초반 자전거를 탔다. 내 자녀들은 자동차를 타고 목회를 하고 있다. 아마도 손주들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목회할 것이다. 나는 엘리야의 때에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인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그런 천연기념물 같은 성도가 있다고 믿는다. 역경의 열매는 역경을 이긴 자들의 것이다. 이 시간에도 천연기념물 같은 주의 종들이 역경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한층 더 커지고 환해지고 깨끗해지고 튼튼해지고 안전해진 주님의 교회가 있길 바라며 기도한다.

정리=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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