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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말테 <4> 하나님의 말씀보다 이성을 따르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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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1960년대 초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이탈리아로 휴가를 갔다. 70년대부터는 성령강림절 방학 기간에도 해외에서 휴가를 보냈다. 크로아티아(구 유고슬라비아)의 해수욕장에서 2주간 지냈다. 어느 해인가 휴가지에서 형과 함께 주변을 산책했다.

캠핑 장소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니 왼편에 높은 바위들이 보였다. 앞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 쪽으로 걷고 있는데 이상한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히 꿈속에서 그 길을 본 것 같았다. 마지막 바위를 지나면 가지에 눈이 많이 쌓인 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이걸 미리 형에게 말해주니 형은 ‘얘가 너무 더워서 정신이 좀 이상해졌나’ 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성령강림절에는 그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 바위를 지나서 왼쪽을 바라보니 정말 하얀 나무 하나가 보였다. 물론 그것은 눈이 쌓인 게 아니라 꽃이 활짝 피어 만발한 나무였다. 형은 아주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고는 잊어버렸다. 나중에 하나님을 체험하고 이성을 초월하는 경험들을 한 뒤 하나님을 전에도 체험했는지 궁금해졌다. 지난 회에서 이야기했던 신기한 경험들이 떠올랐다. 크로아티아에서의 경험도 생각났다.

수 년 뒤 수학·물리학자가 된 형이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빠져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나는 형에게 물질주의가 너무 좁은 세계관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크로아티아 휴가 때 함께 경험했던 사건을 얘기하면서 “그 세계관이 맞지 않다는 것을 형도 경험했잖아”라고 말했다. 형은 “그런 일을 경험한 적 없어. 넌 그냥 상상하는 것일 뿐이야. 네가 꿈을 꾸었던 모양이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경험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위협하기 때문에 견디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나도 당시 물질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어 그 경험을 이상한 것으로만 판단한 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하나님을 경험하며 그 세계관이 깨졌다. 그 이후에는 그 사건이 더 이상 위협적인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세계관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초월적인 경험과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신앙이 기억의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세계관의 영향력이 매우 커 보인다. 객관적인 관찰이 없음을 뜻한다. 유명한 독일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미 알고 이해하는 것만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 옳다.

계몽주의와 인문주의는 인간 이성을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권위를 가졌다고 본다. 루터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최고로 봤다. 이성이 하나님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이성으로도 믿을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성으로 예수의 부활을 어떻게 믿는가.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자신의 이성을 믿는가, 하나님을 믿는가’이다. 그리스도인이 철학을 함께 알면 전도에 도움이 된다. 목사들이 신학을 전공할 때 철학과 심리학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리=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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