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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십갑자의 첫해인 갑자(甲子)년 동짓날에 태어났다. 갑자생(1924년)들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한 데가 있다. 갑자년은 일본 관동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해다. 일본인들은 이 해부터 조선 사람들의 고혈을 짜서,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을 복구하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갑자생의 비운은 일제가 조선 청년을 이른바 대동아전쟁의 총알받이로 싸움터에 몰고 가기 위한 징병제를 공포한 1943년부터 시작됐다.

일제는 앞서 1938년 4월 ‘조선 청년 특별지원병령’을 공포하고 가난한 보통학교 출신들은 모조리 끌어다가 일본 청년을 대신해 총밥이 되게 했다. 1943년에는 ‘학도지원병령’을 내려 중산층 자녀 인텔리 청년들을 싸움터로 몰아넣었다. 조선의 두뇌들을 솎아내어 전쟁터에 보냄으로써 반일 잠재 세력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 말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는 말이 아니었다.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조선 사람에겐 중국 땅에서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을 배급했다. 콩깻묵은 개돼지도 먹기 힘들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일제는 칡넝쿨 공출이라는 것도 시작했다. 조선의 어린이들은 일곱 살만 되면 아침에 등교할 때 칡넝쿨을 한 짐씩 지고 학교에 가야 했다. 당시 나는 평북 의주군 고관국민학교 교사로 있었는데 내가 맡은 3학년만은 칡넝쿨을 못 따게 하겠다고 버텼다. 그랬더니 일본인 교장은 나를 불러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며 “당신, 불령선인(不逞鮮人)이야”하며 질타했다.

나는 어차피 징병 대상자였기에 악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뭐가 어째? 천황의 충성스런 황군이 될 나더러 불령선인이라니!” 하며 대들었다. 어느 날에는 “일요일이 없어진다”고 통보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 이달부터 나를 교회에 못 나가게 하겠다는 말이지? 좋다. 결근계를 내고 가겠다.” 일제는 조선 민족의 사상 통제를 강화했다. 아침마다 동쪽을 향해 90도 경례하는 ‘동방요배’를 강요했고 집집마다 ‘가미다나(神壇)’를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손뼉을 치고 경배하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인을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일본 사람은 미워하지 않지만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정책은 미워한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항일 투쟁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을 항상 말씀하셨다. 나 역시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아버지는 성경 지식이 탁월했는데 나가사키 형무소 시절 6년간 얻은 것이었다. 감옥에서 수없이 성경을 읽고 암송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감옥에 있는 자신에게 성경을 준 사람은 일본인 장로였다. 도쿄 시마노마치교회의 마스도미야스자에몽 장로로, 러일전쟁 당시 조선에 출정했다가 일본의 대한(對韓) 정책에 회의를 느껴 군을 떠나 교회 일에만 힘썼다. 그는 나중에 조선에 건너와 전북 고창에 고창고등보통학교를 세우고 한국 청년을 양성했다.

아버지는 나가사키 형무소에서 일본인 죄수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세노 이로쿠라는 사기범으로 복역 중 병에 걸려 죽게 되자 아버지가 있는 병감에 이송돼 아버지를 알게 됐다. 아버지는 그의 간병도 하고 성경도 가르쳐 신앙이 들어가게 했다. 그는 아버지가 출감한 후 일부러 의주까지 찾아왔고 조선 청년 교육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의주 교회학교인 일신학교 일본어 교사를 했다. 아버지는 그를 ‘옥중에서 낳은 아들’로 불렀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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