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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잘못해도 아버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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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소설가·소달중 교사)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게 하실 것이요"(요일1:9)

우리집에는 올해 다섯살된 아이가 있다. 하루는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는데, 얼굴 표정이 영 심상치 않다. 신발을 벗는데 보니까 벌써 바짓가랑이 아래로 황금빛 덩어리가 굴러나오고 있었다.

아이 엄마가 얼른 화장실로 데리고 가 녀석을 씻겼다. 밖에서 놀다가 그만 바지에다 일을 저질렀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그것을 헤아리면서 엄마가 가볍게 충고했다. "앞으로는 응가 마려우면 얼른 집으로 뛰어와, 알았지?"

녀석은 이 기회에 말끔히 목욕을 했다. 목욕을 끝내고 아이는 발그레해진 볼에 기분좋은 웃음을 머금고 나왔다. 발가벗은 통통한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왔다.

"아빠, 나 좋은 생각 있어." "좋은 생각? 그게 뭔데?"

녀석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밖에서 놀다 응가하고 싶으면 뛰어오면 돼 그치?"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네. 우리 아들 참 똑똑해."

목욕 후의 개운함. 거기에다 칭찬까지 들은 녀석은 썩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난 그 모습이 귀여워 아이의 복숭아 같이 발그스레하게 잘 익은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손 가득 담겨오는 충일한 행복감. 밖에서 놀다가 옷에다 일을 저질러도 집으로 달려오는 아이가 나는 고맙다. 만일 녀석이 죄의식을 갖고 남의 집 담장 밑에나 가서 쪼그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혼이 날까 두려워 밤이 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그러나 나는 녀석처럼 살지 못한다. 나는 아이처럼 그런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래 전에 쓴 육아일기를 오늘 다시 들춰 보았다. 당신의 회개생활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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