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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안을 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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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규(내리교회 목사)

단기선교차 해외에 나갔다가 탈이 났다. 말라리아 약이 식도를 긁고 지나가 여러 개의 큰 궤양들이 생겼다. 문제는 약이 목구멍에 걸린 것도 모르고 하루 종일 일정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물론 딸꾹질이 계속되고 속이 더부룩한 것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강행군을 하다 보니 대수롭게 여길 틈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체한 것으로 착각해 침으로 손끝을 따고 소화제를 복용했다. 그랬더니 이튿날부터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도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제야 그 크고 딱딱했던 말라리아 약이 의심되었고 환부가 식도임을 알아차렸다.

한국에 돌아와 내시경을 찍어본 후 발병과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탄식했다. “아, 그때 내 식도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만 있었다면 그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생각해보니 우리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그랬다. 외부에 난 상처는 그대로 볼 수 있기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어떤 문제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외상보다 내상이 훨씬 더 고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의 마음속은 알 수 없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마음보다 보이는 육체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육체를 아름답게 하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마음을 살찌우는 데는 영 인색하다. 육체에 작은 점, 주름 하나만 생겨도 금방 고치려고 하지만 시기와 분노와 거짓, 교만, 욕심 등 마음에 번식하는 병균에는 무관심하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질병보다 마음속에 은밀히 진행되는 질병이 훨씬 더 치명적이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렘 17: 9)이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갈 때 밖에 있는 육체를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오관을 이용해 하늘과 땅 끝을 두루 찾아도 밖에서 하나님은 파악되지 않는다. 오직 ‘내 안에 있는 사람’, 즉 육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영혼을 통해서 영이신 하나님께 이를 수 있다. 어거스틴은 외친다. “그렇게도 오래 되셨지만, 그렇게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당신을 나는 너무 늦게 사랑했습니다. 보시옵소서. 당신은 내 안에 계셨건만 나는 나 밖에 나와서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마음속에 각종 병마들이 자라나고 있다. 악화되기 전에 물리쳐야 한다. 육체를 살피고 가꾸는 것보다 마음을 비추고 쟁기질하는 것이 훨씬 더 긴요하다. 우리 마음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빛을 받아 날마다 우리의 마음을 조명하자.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 23)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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