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감사가 넘치는 삶

첨부 1


- 유명애(화가)

“너희는 기쁨으로 나아가며 평안히 인도함을 받을 것이요 산들과 작은 산들이 너희 앞에서 노래를 발하고 들의 모든 나무가 손바닥을 칠 것이며”(이사야 55:12)

젊은 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던 환희 감리교 장로님 댁 과수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낸 일이 있어요. 제 어머니는 “딸을 낳고 얼마나 감사했으면 환희라고 이름을 지었겠니?”라시며 친구인 그 댁의 대물린 신앙을 치하하곤 하셨습니다.

환희 장로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박웃음이 담긴 얼굴로, 과일나무들이 귀하고 신통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쓰다듬고 다니셨습니다.

“아이고 신통해라. 무거워서 가지가 찢어지겠구나”하고 나무에게 중얼거리며 다니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요. 과일나무를 보고 “착해라” “불쌍해라” 하고 자식을 돌보듯 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답니다.

가끔 그 근처에 있는 한 선생님 댁으로도 그림을 그리러 갔답니다. 과거 중학교에서 선생을 하셨는데 정년퇴직하셨지요. 그분은 반골기질이 강해서인지 늘 불평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망할 놈의 세상, 돌아가는 꼴이라고는…” “과일농사 지어봐야 헛것이지, 가을이 되면 본전도 안 될 게 뻔해. 미쳤지, 이 짓을 하다니…”라면서 나무 밑둥을 발로 차곤 했어요.

본전도 안 나올 거라며 농약을 어찌나 치는지, 그림을 그리다 도망쳐 나오곤 했지요. 똑같은 과일나무인데, 그곳의 나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해 가을, 저는 놀라운 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네 배는 크고 희어 멀겋게 티 하나 없었지만 그 맛이 볼품 없었지요. 반면에 환희 장로님 댁 과일은 겉 모양은 일등품이 아니었지만 즙이 많고 달며 향기로웠습니다.

가을이면 상품이 되지 못하는 포도랑 배를 갖다 먹던 생각이 납니다. 어찌나 그 맛이 훌륭하던지요. 그후 선생님은 과수원을 갈아엎고, 개발의 물결을 따라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건축업에 손을 댔지요. 실패했답니다. 건강까지 잃고는 어디론가 떠나버렸다고 했습니다.

성경에서 “비판을 하지말라 남을 판단하는 그 판단의 칼로 너도 판단을 받으리라”는 말씀을 읽으면 그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조금 푼수 같지만 늘 기뻐하며 인생길에서 자기 혼자만 특혜를 받는 것처럼 황홀해하는 사람들의 감사가 넘치는 삶, 그것이 복된 삶 아니겠어요?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