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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26회 ~ 제30회<br>

첨부 1





제26회 - 겨우 이름만 아는 한 여자 때문이라니....



<윤주야 그러면 네가 좀더 적극적으로 너 자신을 나타내 봐. 사실 넌 너
무 매사에 소극적인 것 같아. 그런 네가 주보사에 들어온 것이 의외....
그렇구나....네가 주보사에 들어온 것은 간사님 때문이었구나....>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적극적인 행동이었구나, 하는 말을 수진
은 덧붙일 수가 없었다. 윤주의 그 간절한 마음이 수진의 가슴에 와 닿
았기 때문이었다.
<응....그랬어....내가 주보사에 들어온 건, 그래야만 간사님을 좀더 자
주 볼 수 있을 테니까....아직 2학년이라 예비조장 모임에도 낄 수 없으
니까....간사님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주보사 뿐이었거든....그래
서....>
<그래, 잘 했어....그런 거야....사랑하면 조금씩 용기도 생기고....너
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봐....그리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봐.>
<응....고마워 언니....흑....흑....나 바보같지?....흑....흑....>
윤주는 눈을 비비고는 살며시 웃으며 수진을 바라보았다.
<그래, 바보같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고, 자 주먹을 불끈, 이렇게 쥐
고 파이팅!!!>
수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들어올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윤주도 엉거주춤하게 주먹을 쥔 손을 들고 말했다. 하지만 모기
소리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파이팅.>
그러자 다시 수진은 윤주의 어깨를 툭툭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그게 뭐야? 좀 더 힘차게 파이팅!!!>
<응, 언니, 파이팅!>
그리고 둘은 서로의 어깨를 안고 수진은 밝게, 그리고 윤주는 수줍게 웃
었다.

하지만....수진은 숟가락을 들며 생각했다. 그 지리산으로의 여행 이후
에 오히려 간사님의 수진을 보는 시선이 좀 달라진 것을 느꼈던 것이었
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민감한 자매들은 그 사실을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서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수진
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해지게 되었다. 윤주와의 관계도, 간사님과의 관
계도 서먹서먹해지고, 그러다보니 윤주와 함께하는 주보사 모임과 간사
님과 함께하는 조장모임까지도 알게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말았다.
아마 조금 전의 문영의 질문으로 보아 문영도 이미 어느정도 눈치를 채
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간사님은 참 대단한 사람이지....맞아....수
진은 건성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동안 자기도 모르게 간사님
에 대한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이승호 간사님....간사님은 수진이 3학년일 때 군대를 제대하고 조교로
대학부에 다시 돌아왔었다. 재수를 한 탓에 군대에 가던 대학 3학년때
이미 대학부에서는 4학년 졸업반이었다. 그당시 강력한 대표조장 후보였
었지만 언제 영장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표조장을 맡
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간사님이 대학부에 돌아왔을 때쯤에는 이미 김은
태 전도사님이 한 해 앞서 부임해 계신 상태였다. 간사님은 한 눈에 전
도사님을 일생에 몇 분 만나기 어려운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것을 깨달
았고 전도사님은 첫눈에 간사님이 든든한 사역의 동역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간사님은 자료정리와 통계, 그리고 보고서 작성의 귀재였다. 간사님이
대학부에 복귀한 이후에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모든 회의의 기록화였
다. 그동안 명색만 서기, 부서기였던 두 형제, 자매는 회의 시간 내내
간사님의 요구에 따라 회의록을 적어내느라고 손가락이 부르틀 지경이었
다. 회의 시간 내내 나란히 붙어 앉은 서기와 부서기는 의견을 내는 사
람들의 말들을 가능한 모두 받아적기 위해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번갈
아 가며 열심히 적어내려갔다. 그렇게 기록된 회의록을 간사님이 다시
정리해서 그 내용을 전도사님과 담당 장로님, 그리고 부장 집사님께 보
고서로 작성해서 드렸다. 그러자 그 반응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으로 나타
났다.
우선 담당 장로님께서 정말이지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그동안 이름만 대
학부 담당 장로이지 대학부 내의 일에 대해 거의 알 수가 없으셨었는데
이제 꼬박꼬박 깨끗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거의 매주 받게 되시다보니 당
연히 대학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게 되셨던 것이다. 그러자 이전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담당 장로님의 개인
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당회 차원의 지원까지도 대학부에서 건의만 하면
거의 즉시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지원에 관한 요청
역시도 깨끗하게 정리된 보고서의 형식으로 전도사님과 부장 집사님, 그
리고 담당 장로님의 결재를 거쳐 당회에 올라갔다.
그것은 부장 집사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담당 장로님의 지원이 주로 예
산과 장비 등의 물질적인 지원이었다면 집사님의 지원은 인적 자원의 지
원이었다. 대학부 행사 때마다 집사님들과 권사님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
와주셨던 것이다. 차량 지원, 식사 지원, 장소 지원, 어떤 것이든지 부
탁만 드리면 만사 오케이였다.
주변 상황이 이렇게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을 만큼 좋아지게 되자 전도사
님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자잘하게 신
경써야할 행정적인 모든 문제들을 간사님이 척척 알아서 해결하니까 전
도사님은 말씀 준비와 대학부 개개인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 같이 어울려 돌아가자
대학부 부흥은 이제 필연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 대학부를 사랑하시는지....김은태 전도사님을
보내주시고, 다시 이승호 간사님을 보내주시고....이것은 비단 수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대학부 지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하다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였다. 이제 대학부의 모든 지체들은 자신이 대학부에 속해
있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모두들
패배의식에 젖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그것은 말 그대로 격세지
감이었다.

선후는 마침내 교회 입구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두 일곱 계단이
었다. 얼마나 망설였는지 몰랐다. 몇 번이고 발을 떼다가 다시 돌아서
고, 또 다시 돌아서고....하지만 선후는 결국 이렇게 교회 안에 발을 들
여놓게 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교회엘
다 오다니....선후는 도무지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겨우 이름만 아는 한 여자 때문이라니....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한 여자 때문에 교회에 와 있는 것은 분명히 그 누구
도 아닌 선후 자신이었다. 바로 권선후 자신이었다.

<제27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27회 - 이상하네....왜, 그 사람이....


교회 안은 밖에서 짐작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전체적으로 옅은 베이지
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간간이 갈색이 엑센트를 주고 있는 내
부 장식이었다.
건물의 외부 장식이 좀 고색창연한 검붉은 벽돌로 마감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왠지 선후가 생각하기에는 조화롭지 않게 여겨졌다. 건물은 교회
본관 이외에도 두 동의 건물이 더 있었다. 두 건물 다 입구에 교육관이
라고 적혀 있었는데 두 건물 다 앞면을 대리석재로 마감한 현대식의 깨
끗한 건물이었다.
교회 로비에 들어선 선후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선후가
의외라고 여겼던 것은 단지 실내 장식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도 의외
로 엄청나게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니....
자신의 주위에 거의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 없는 선후로서는 좀 의
외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로 가야 되지? 선후는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뭔가 목적지를
발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사람
들과 저 앞쪽의 통로, 그리고 내려가는 계단과 올라가는 계단, 그런 것
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잠시 멍청하게 서 있던 선후는 언뜻 누군가가 자기를 향해 웃음을 띠며
다가오는 것 같아서 얼른 무작정 발을 옮겼다. 선후가 발을 옮긴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선후는 보지 못했지만 그 계단의 위쪽 벽
면에는 <식당>이라는 글자가 다른 글자들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문영은 수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간사님에게 저렇게 쌀쌀하게 대
할까? 문영은 빈 그릇을 반납하고 물을 마시면서 수진을 바라보았다. 차
분함과 단아함, 그것이 수진의 매력이었다. 한마디로 수진은 같은 여자
인 자기가 보더라도 여자다웠다. 마음 씀씀이도 그랬다. 남을 먼저 배려
하고,자기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하지만 친구인 문영의 입장에서는
모든 문제를 시원스럽게 툭툭 털어내지 못하고 혼자서 세상 고민 다 짊
어진 것 같이 끙끙거리는, 그런 수진이 답답할 때가 많이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어떤 고민이 있는지는 몰라도 간사님이 저렇게 수진을
좋아하고 있고 수진 역시 평소에 늘 간사님 칭찬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
으면서 왜 저러고 있는 것일까? 4학년이니 나이도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
할 만큼 되었고, 두 사람의 나이 차이도 적당하고, 둘 다 간사로, 그리
고 주보사 편집장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고....문영은 두 사람이 드러내놓고
대학부 커플로 인정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간사님 정도면 교회 안에서는 최고의 신랑후보감이었다. 신앙심 깊
지, 능력있지, 사람 좋지....언제나 자매들의 최고의 고민이 되는 것은
항상 불균형인 성비였다. 다시 말해서 믿는 형제의 수가 자매의 수에 비
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 늘 자매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세상의 소위 능력있는 남자들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는 그런 형제는 더욱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조건은 무시하고 그저 신앙 하나만 보고 결
혼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에휴....문영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러면서
다시 수진을 보며 답답해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넌 얼마나 좋니. 간사
님 같은 분이 네가 좋다고 저렇게 애닳아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수진의
얼굴은 그런 문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분하게 잠겨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문영은 그런 수진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신경질이 났다. 기집애....매
사에 저런 식이라니까! 나는 맨날 있는 고민, 없는 고민 다 털어놓는
데....그랬다. 문영은 수진에게만은 조그만 비밀도 없었다. 원래 성격이
속에 뭘 담아놓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수진이 입이 무
겁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속이 상하는 일 중의 하나가 누
군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입을 거쳐서 자신의 귀로 되돌
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수진은 전혀 그런 면에서는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그래도 자기만큼은 다르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다
른 모두에게는 입에 자물쇠를 채워도 나에게만은 다 털어놓아 주기를 바
라는 마음....특히 평소에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면 더
욱 그럴 것이다. 만약 그렇지가 않다면 지금 문영 자신처럼 섭섭한 마음
에 신경질도 좀 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신경질이 나다가
도 수진이 문영에게 예의 그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면 거짓말처럼 그
런 마음이 사라져버린 다는 것이었다. 어떤 땐 그런 것 때문에 더 짜증
이 날 때가 있기도 했지만....
<문영아, 올라 가자.>
물을 다 마시고 컵을 내려놓은 수진이 말했다.
머리 속이 복잡했던 문영, 하지만 문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한마디
뿐이었다.
<응, 그래.>

계단을 내려가던 선후는 걸음을 옮길수록 음식 냄새가 더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이곳은 식당으로 가는 길인가 보구나. 선후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되돌아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
다. 머리 속에서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라고 교회 로비에 들어서서부터 외
치고 있었지만, 왠지 선후는 묻기가 싫었다. 그냥 교회 다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누가 자신에
게 다가와서 말을 걸까봐 겁이 났다.
그러다가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래, 대학부 모임 장소
에 가 보면 되겠구나. 소책자에 적혀진 것에 따르면 분명 교육1관 5층이
랬는데....그렇다면 이 건물이 아니라....선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
쨌든 일단은 분명한 목적지가 생긴 것이었다. 선후는 계단의 모퉁이를
돌아서 두 계단씩 올라갔다.

수진은 언뜻 저 위의 계단 모퉁이를 지나가는 키 큰 사람을 보았다. 문
득 지하철에서 만난 그 사람의 모습이 다시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이상
하네....왜 그 사람이 생각나지?....수진은 고개를 살짝 젓고는 문영과
함께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미 간사님은 대학부실에 가있을 것이
다. 아까 밥을 먹을 때 어느새 밥을 다 먹고 빈 그릇을 주방에 가져다
주는 간사님을 보았었다. 간사님의 그 모습이 떠오르자 수진은 다시 마
음이 착잡해졌다. 이제 또 윤주와 함께 하는 주보사 모임이 있는데....
수진은 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선후는 교육1관 로비에서 또 다시 갈등이 생겼다. 여기도 역시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자기 또래의 청년들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웅성거
리는 그들을 보면서 선후는 발걸음을 계단으로 옮겼다.

<제28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28회 - 이것은 아무나 생각 할 수....


2층은 초등부, 3층은 중등부, 그리고 4층은 고등부였다. 선후는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계단 입구에 모여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
다. 다음 층이 바로 대학부구나....선후는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참에
섰다. 그리고 계단 위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역시 거기도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무언가 이야기들을 하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선후는 몇 번
이고 계단으로 발을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되풀이하다가 결국 등을 돌리
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또 몇 번이고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발을 내렸
다가 올렸다가를 되풀이하다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스러워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결국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계단 위쪽을 슬쩍 쳐다본 순간 선후는 흠칫 놀랐다.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멈췄다. 수진과 문영은 다
른 대학부 지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입구
에 내려섰다. 로비에는 먼저 온 임원들과 조장들 몇몇, 그리고 음악부와
주보사 등과 같은 부서모임을 위해 남아있는 형제, 자매들이 동그란 테
이블 주위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진은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
를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눈으로는 간사님을 찾았다. 하지만 간사님은
보이지 않았다.

<흠....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전도사님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자 승호의 마음은 안심이 되었
다. 승호는 준비한 A4 용지 네쪽짜리의 기획서 복사본을 전도사님께 드
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전도사님이 종이를 받아들자 승호는 말을 이었다.
<첫 페이지는 건너 뛰겠습니다. 문제제기에 대한 부분은 굳이 설명을 안
드려도 될 것 같으니까요. 그 다음 페이지를 보시면 현재의 교회 주보,
월간지, 계간지, 그리고 각 부서의 주보들 목록들이 쭉 있습니다. 어떻
습니까?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까?>
전도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는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전혀 일관성과 통일성, 그리고 전문성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
서 개성이나 특별히 눈에 띄는 독창성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이 주보들을 모아서 보았을 때의 제 느낌은....뭐랄까....억지로 의무적
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죄송한
말씀이지만, 전도사님 앞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한심하다
는 생각이....>
전도사님은 고개를 들고 눈웃음을 지으며 승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
다.
<그렇겠지....승호는 뭐든지 어설프게 비전문적으로 하는 것을 가장 싫
어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아닙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구요, 그저 이왕 하는 것 조금만 더 신경
쓰자는 것이지요.>
<하하하....우리 이 간사가 조금만 더 신경쓴다는 것이 다른 보통 사람
이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니 하는 소리지.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야. 그
건 그렇고 이 문제는 우리 대학부만 결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군. 다른 부서와도 상의를 해 봐야겠고, 또 교회주보발간을 담당하
시는 목사님과도 협의를 해봐야할 것 같으니까....음....당분간 이 문제
는 공론화하지 않도록 하지. 아무튼 이 간사는 대단해. 이런 것은 정말
이지 아무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그랬다. 그것은 아무나, 아니 아무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이었다. 지금 승호가 전도사님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교회 주보를 총
괄하는 부서를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승호가 보기에는 각 부서의 주보를
만들어 내는 부서들이 그럴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
었다. 즉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 하드웨어적인 부분
이라는 것은 결국 주보의 틀, 즉 모양과 인쇄 부분이었다. 소프트웨어적
인 부분, 다시 말해서 내용과 편집으로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것이야 주
보 발간을 위한 당연한 산고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하드웨어적인 부분
은 사실, 한번 모양새만 잘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각 부서와 부서안 작은 부서들의 협력체제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이었다. 대학부 안에만 해도 부
서가 음악부, 주보사, 멀티미디어부, 친교부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전
에 특별부들의 협력이 매끄럽게 잘 이루어지느냐 하면 별반 그렇지를 못
했다.
아주 이상적인 경우를 하나 예를 들어보자. 우선 주보사가 기사를 모아
오면 멀티미디어 부가 주보 디자인과 편집을 도와준다. 또한 미리 컴퓨
터에 자료화된 대학부 지체들의 신상명세를 바탕으로 생일자와 특별히
축하해야할 지체들, 그리고 새로 등반된 지체들의 명단을 주보사는 매
주 깔끔하게 실어주고 그 명단을 바탕으로 음악부는 찬양시간에 그 지체
들을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늘 하는 일들에 대한 부담을 서로 덜어주면 그만큼 다른 창의
적이고 생산적인 일들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제 대학부는 어느정도 승호가 원하는 만큼 체계가 잡혀져가고 있
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한단계 더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교회의 각 부서간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첫 단
추를 가칭 통합 주보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시행착
오가 적을 것이라는 것이 승호의 생각이었다.
승호가 생각하는 통합주보사란 그곳에서 주보를 만들어서 각 부서로 나
눠주는 식이 아니었다. 통합주보사는 디자인과 편집에 대한 전문적인 조
언을 해주고 마감일에 취합된 주보들의 인쇄를 책임지며 각 부서의 기자
들과 편집인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승호
의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각 부서의 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었다.
자연스럽게....매주 정기적으 로 만나는 통합주보사 모임을 통해 각 부
서의 주보사들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서로가 속한 부서의 근황을 자세히
알게 되고, 그러면서 선후배간의 끈끈함이 생기게 될 것이었다. 자연스
럽게 다른 부서의 소식에 대해서도 주보에 실을 수 있고, 교회 전체 주
보 내용 중에서도 각 부서가 꼭 알아야할 내용이 있을 경우, 빠짐없이
신속하게 각 부서의 구성원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제29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29회 - 분명히 저 여자다!


물론 각각의 주보사의 독립성은 그대로 유지해야할 것이다. 주보의 모양
도, 기사의 내용도....문제는 통합주보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인데....
왜냐하면 각 부서의 주보사 모두가 모여 각자의 작업을 할 수 있으려면
그만한 공간이 필수적이었다. 편집용 컴퓨터도 세, 네 대는 있어야 할
것이고....물론 그저 주보만 깔끔하게 내는 정도로 그칠 수도 있고 그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려면 굳이 그런 공간까지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시간을 정해서 각 부서의 주보사가 이용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
지만 승호는 그 정도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승호는 말 그대로 각 부
서의 주보사가 모여서 각각의 작업과 전체의 교제를 함께 아우를 수 있
는 교회 언론사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승호는 자료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지금은 장소문제
까지 고민할 단계는 아니지. 일단 통합주보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문제가 공론화 되고 나서 장소
에 대한 것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니까.
전도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간사는 또 대학부실로 가봐야 하겠군. 시간이 벌써....그럼 임원모
임 마치고 조장훈련때....참, 내가 부탁한 자료는 어떻게 됐지? 오늘 조
장훈련 때 쓸 것 말이야.>
<예, 준비했습니다.>
<그래....>
전도사님이 승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
다.
<이 간사와 같이 일할 수 있게 돼서 내가 얼마나 편한 지 모르겠어. 늘
열심히 또 빈틈없이 일들을 처리하니까....이 간사도 알다시피 내가 좀
건망증이 심하잖아. 근데 이 간사가 내 일을 도와주면서 내 건망증 때문
에 생기는 실수가 거의 없게 되었어.>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야 말로 저를 믿어주시는 전도사님께 얼마
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그리고 사실 군대가기 전의 대학부 모습과 지금
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하늘과 땅 차이인데 그것은 전도사님이
계시고 안 계시고의 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이런, 그렇게 너무 띄우면 안 되는데....그리고 대학부에 내가
정성을 쏟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지만, 이 간사는 이 간사 스스로의 열심으로 대학부에 헌신하는 것
이잖아. 그것이 더 하나님 보시기에 귀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까지 칭찬해 주시니 제가 어쩔 줄을 모르겠군요.>
<아니야. 이 간사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야. 이런....시간이
그 새 또 이만큼 흘렀군.>
전도사님이 팔목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승호는 서둘러 서류들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예, 그렇군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응, 그래.>
승호는 교역자실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교회 로비와 마당을
지나 교육관으로 향했다. 그 때 마침 임원을 맡은 두 형제도 교육관을
향해 뛰다시피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승호는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
의 인사를 받으면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교육관으로 들어선 승호
와 두 형제는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사람들로 꽉 차서 문이 닫히는 것
을 보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계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 층, 한 층,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 4층까지 왔을 때 승호는 왠 키 큰
형제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참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았다. 그 형제는 조금씩 몸을 틀면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것이 왠지
승호 쪽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이윽고 계단참
에서 그 형제를 스쳐서 5층쪽으로 서너계단을 걸어올라가던 승호는 도저
히 그냥 지나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몸을 돌려 계단
참으로 내려와 그 형제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히 저 여자다! 선후는 갑자기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고 자기도 모
르게 한 발이 계단 위에 올려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시 힘없이 주먹
은 풀어졌고 계단 위에 한 걸음 내딛었던 발도 다시 계단참으로 돌아왔
다. 뭐라고 하지? 나를 기억이나 할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무슨 대답
을 하지?....도대체 왜 내가 여기에 서 있는거지? 순간적으로 무수한 생
각들이 선후의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갑자기 온 몸의 맥이 탁 풀
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선후는 다시 목을 뽑아 계단 위쪽을 보았다. 그녀....수진은 아직도 거
기 있었다. 입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동그란 테이블과 의자
들이 몇 개 놓여있고 거기에 군데군데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수진은 여
전히 선 채로 그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진의 목소리가 얼
핏 얼핏, 다른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선후의 귀 속으로 빨려들어왔
다. 사람을 만나 반가워하는 목소리 특유의 밝고 약간 과장된 억양이었
다. 지하철에서 대화를 나누며 들었던 차분한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
이었다. 좀더 여자다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때 아래쪽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선후는 약간 고개를 숙
이고 몸을 위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조금씩 서성거리면서 그 사람들이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한 사람....두 사람....세 사람....선후는 그들이
자신을 지나쳐 계단 위로 올라간 것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
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사람이 계단을 오르다가 말고 다시 선후에게로
되돌아왔다. 선후의 몸이 긴장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저....혹시 새가족이신가요?....그러니까 오늘 저희 대학부에 처음 오
신 분이시냐고요?....제가 못 보던 분 같은데요.>
선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의 어색한 침묵....다시 그 남자
가 말을 했다.
<처음 오신 분이 맞는 것 같군요. 원래 처음엔 모든 것이 다 어색하고
그러니까요. 지금은 예배가 다 끝난 시간이지만....저하고 같이 올라가
시죠. 참, 제 소개부터 먼저 해야겠군요. 저는 이승호라고 합니다. 대학
부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기 그쪽은 이름이....>
선후도 마지못해 입을 열어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선후....권선후라고 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질문....
<예, 권선후씨라구요. 혹시 누구 대학부에 친구나 아는 사람을 찾아오
셨나요?....>
그리고 어정쩡한 대답....
<예....아, 아니요.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30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30회 - 위험한데....


그리고 다시 간사라는 사람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하자 선후가 먼저 황급
히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 미안하지만, 전 이만 바빠서 가봐야 겠습니다. 그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단 위쪽을 보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수진의 모습
이 보이지 않았다.
선후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서둘
러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간사라는 사람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선후는 못 들은체 하며 두, 세 계단씩 뛰어 내려가 버렸
다. 그 뛰어내려가는 와중에 선후의 머리 속에 아까 대학부에 아는 사람
을 찾아왔냐는 간사의 질문에 자기가 대답한 것이 떠올랐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그래, 맞아....아는 사람이 없는 거야....그
리고 그건....그녀도 역시 마찬가지겠지?....이렇게 올 이유가 없었는
데....나는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왔을까?....하지만 그 질문들에 대한 대
답은 선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4



캠퍼스는 환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었다. 병찬은
운동장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두 손을 야무지게 쥐
며 아침 모임에서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병찬이 속한 기독동아
리에서는 매일 아침에 기도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 월요일 아침의 기도
회 때에는 한 주간의 다짐과 작은 목표들을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는데,
성경을 얼마나 읽을 것인가, 몇 번 사영리를 전할 것인가, 기도를 어떻
게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것인가, 지체들에게 몇 번 전화를 할 것인가,
등등의 것이었다. 오늘 아침 기도회에서 병찬은 매일 점심시간에 한 사
람에게 사영리를 전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발표를 했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분수대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병찬은 현재 국문학과 2학년이었다. 추웠던 대학입학시험일, 그리고 환
호의 합격자 발표, 설레었던 입학의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날들
이 어느덧 1년 전의 일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것 같애. 병찬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전혀 접하지 않았던 환경과 문화가 이젠 병찬 자신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캠퍼스, 축제, 강의, 교수, 동아
리, 미팅, MT....고등학생 시절 막연하게 동경하던 단어들이 이젠 실제
생활이 되었고, 어느덧 많은 부분이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천천히 대운동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스탠드를 돌면서 삼삼오오 앉아
있는 학우들을 살펴보았다. 환한 햇살 속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환해 보
였다. 아니 어쩌면 또 한번 얻은 자유의 기간을 누리기 때문에 환해보이
는 것일 수도 있었다. 운동장에는 그 자유를 온 몸으로 느끼듯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젊음들이 있었다.

이번만 이기면 4강이었다. 다가오는 축제 3일째 오후의 결승을 위해서
는 꼭 이겨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체육학과였다. 한마디로 선후의 사학
과가 대진운이 없었던 것이다. 선후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온 몸은 땀
으로 온통 젖어있었다. 모두들 땀과 먼지와 모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범벅이었다. 현재 스코어는 3대 2였다.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5분....
선후는 다시 한번 더 이를 악물었다. 5분만 버티면 된다! 중앙 미드필
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선후는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오히려 더 기운이 펄펄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초조해
지고 자꾸 시계를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결코 선후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한번 볼 때마다 팽팽해진 신경이 조금씩 늘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외치는 고
함소리가 들려왔다.

병찬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구경기에 열
중하고 있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스코어판을 보니 예상밖으로
체육학과가 한 점 리드를 당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체육학과의 파상공
세, 뚫릴 듯 뚫릴 듯 하면서도 뚫리지 않는 사학과....모두들 온몸을 던
지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사학과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가
재빨리 걷어낸 공이 정확하게 운동장 한가운데의 빈 공간으로 날아갔고,
약간 뒤에 쳐져있던 사학과의 미드필더가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총공세를 펴던 체육학과는 최종 수비수 3명 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사학과 역시 모두 방어에 치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수의 숫자가 충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좌우 스탠드에 한자리씩 차
지하고 있는 두 학과의 응원단의 소리도 일제히 최고점에 이르렀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선후는 직감적으로 그것을 느꼈고 남아있는 마지
막 힘을 다 짜내어 뛰었다. 최대한 허리를 숙이고 공만 바라보았다. 왼
쪽의 최전방 공격수 수철도 지금 자신처럼 뛰고 있을 것이다. 공 너머로
상대방 수비수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수비수가 태클해 들
어오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선후의 눈에는 그 순간 공이 전부였다.

위험한데....병찬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학과의 공격수와 체육학과의
수비수가 맞부딪히기 일보직전이었다. 둘다 몸을 아끼지 않고 돌진하고
있었다. 그것은 찰나였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부딪히는 순간 공이 먼저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 공은 곧바로 체육학과 골대의 왼쪽 공간으로 떨
어졌다. 또 사람이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곧 땅에 떨어져 내려
다리를 잡고 뒹굴었다. 그 순간 왼쪽에서 치고 들어가던 사학과의 공격
수가 골키퍼를 따돌리고 공을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운동장은 일제히
환호성 속으로 잠겨들었다.

<31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진환>
지난번 연재하시다가 중단되어 아쉬웠는데 다시 연재하신다 하여 매우 반가웠습
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짧아요. 내 마음을 채우기에는 말입니다.저만 그런 건 아니
리라 생각합니다.
5회 분량씩 읽으니 아쉽지만 그런데로 좋던대 능력되시는 대로(당연히 되시겠지
만 ^--^) 많이 올려 주세요. 용재님에게 넘치는 그 분의 은혜처럼 말이죠
초면에 지송.

  2002/03/12    


<하하하> 연재가 끊어지고 난후 잠시 용재님을 잊었었지요
이제 다시 그 감동이 몰려옵니다
감사합니다
주안에서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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