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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후리지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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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지아의 향기

아침에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출근을 하였습니다. 제 진료실의 간호사가 일전에 어느 퇴원 환자가 주고 간 후리지아 꽃바구니를 버리려고 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그 꽃을 버리니?"
"과장님, 시들었어요"
"아니야, 그래도 향기가 나잖아"
"그럼 좀 있다 버릴께요"
비록 시들긴 했지만 후리지아는 오늘도 종일 향기로써 오고가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밤에 수요예배를 갔습니다.
어느 노 권사님이 예배를 마친 후 제 손에 꼭 쥐어주시는 게 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손으로 써 내려가신 편지였습니다. "어머나 소녀 같으신 우리 권사님! 이 정성을...!" 감탄을 하며 읽었습니다. "권사님은 눈도 어두우신데 이 긴 편지를 쓰실래면 얼마나 오랫동안 돋보기를 끼시고 눈뿌리 아파 가며 정성을 기울이셨을까?" 눈물겹도록 그 정성이 감사했습니다. 저의 마음은 그 긴 편지를 이곳에 써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리고만 싶답니다. 그러나 권사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몰라서 한 줄만 써 봅니다. "나 같은 것(부족하고 미련하고 늙고 쓸모 없는 것)도 중보기도 할 수 있게 불러주신 주님이신데요.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집사님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참고로 제가 교회의 중보기도팀을 맡고 있는 관계로 은퇴권사님이신 권사님께 극구 중보기도팀에 들어달라고 요청을 한바 있었습니다. 저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나 같이 부족하고 미련하고 늙고 쓸모없는 것도 중보기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해 하시고 기뻐하고 좋아하시는 권사님이셨습니다. 항상 뵈어도 그 연세에 단정하고 소녀 같고 순수하신 권사님의 모습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 늘 저의 의문이었습니다. 저도 후에 권사님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그렇게 소녀같이 늙고 싶다는 것 역시 저의 소망이었습니다. 권사님의 편지를 받자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아, 맞다! 기도하는 삶!" 권사님으로부터 느껴지는 그것이 바로 기도를 통한 그리스도인의 향기였습니다. 들리는 바처럼 바로 권사님께서 평생동안 조용히 응접실에 앉으셔서 날마다 빠짐없이 해오신 그 기도생활에 비결이 있다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비록 시들긴 했어도 향기가 나는 꽃은 버리기가 아깝다며 다시 들여놓듯 권사님 역시 비록 연세가 드셨어도 끊임없는 기도로 인한 향기 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우리 양정의 젊은이들 곁에 늘 가까이 계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권사님이 먼저 돌아가실지 제가 먼저 하늘나라 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 정성어린 편지는 고이 고이 간직했다가 권사님이 저보다 먼저 돌아가시면 스캔을 해서 자녀분들에게 권사님 생각하며 나눠야겠다 생각하고 깊이 간직해 두었습니다.      

권사님! 감사합니다.

변순옥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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