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첨부 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127 : 1-2)

소년 가장이 되었던 열두 살 때부터 우리 아버지는 오직 근면과 성실로 살아오셨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하시고 늦게 주무셨다. 책임감도 강해서 사람들에게 보증수표로 통하는 분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당신과 같아지기를 요구하셨다.

나는 아버지가 여름이나 겨울이나 아침 여섯 시 이후까지 자도록 우리를 내버려두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는 일어나 마당을 쓸어야 했고, 좀 자란 후에는 과수원으로 가서 밤새 떨어진 과일을 주워 와야 했다. 그것마저도 할 일이 없을 때는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오라는 것이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그 후에야 밥을 먹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

학교에 다녀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소에게 먹일 꼴을 베어오고, 밭의 잡초를 뽑고, 고추를 따고, 고구마나 감자를 캐고, 토요일 오후나 주일에는 그 너른 과수원에 농약을 치는 일도 도와야 했다. 수확기에는 나무에 올라가 사과를 따고, 겨울에는 전지한 사과나무 가지를 주워 나르는 일도 해야 했다.  입시를 앞두고 있던 중3, 고3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사전에 ‘입시생이니 특별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끝없이 주어지는 일, 일...... 정말 누구 말대로 공부가 가장 쉬웠다.

나는 열 살 때부터 밥하는 것을 배웠고, 큰오라버니가 결혼하여 새언니가 들어온 후에도 부엌일에서 제외되지 못했다. 새언니가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어린 나는 설거지라도 도와야만 했다. 예전의 우리 집은 방문을 열면 찬바람이 그냥 몰아치고, 부엌은 불을 때서 밥을 해야 하는 부뚜막이 낮은 전통 한옥이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열 살 일 때 큰오라버니는 맏아들을 낳았는데, 그 녀석은 아홉 살 차이 나는 고모인 내 등에서 자랐다. 기저귀 빨래도 내 몫이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모두 한 번씩은 가출을 꿈꾸었다. 아버지의 투철한 책임감, 뛰어난 준비성, 미래에 대한 꼼꼼한 대비,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성실성, 그리고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의 세상을 향한 자신감은 우리를 질리게 했다. 아버지는 강했다.

그러나 우리는 달랐다. 아버지에게 예수를 믿는 우리는 한심하고 유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완벽을 요구하셨던 우리 아버지는 매사에 우리가 그렇게 못마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전 재산은 아버지가 철저하게 편애하셨던 큰오라버니 손에 맡겨졌고, 몇 번이나 오라버니의 사업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우리들의 말은 처참하게 묵살되었다..... 니들이 사업을 알어? 니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 다 알아서 한다. 니들 머리 다 모아도 못 따라간다. 주제넘은 간섭 말고 니들은 니들 일이나 잘해라.

그러다가 드디어 부도가 난 것이었다. 1995년 봄,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지 불과 두 달만의 일이었다. 오라버니의 부도는 나머지 형제들에게는 예상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부도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몇 년 전에 예고를 받았던 일이었다.

원래 나는 1993년이 아니라 1996년쯤에 결혼할 계획이었다. 시어머님이 3년 후에나 결혼하라고 강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혼을 하게 해 주겠다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예정보다 3년 앞당겨 결혼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편이 전도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치러진 우리의 결혼식은 진짜 혼인예배였다. 주숙일님의 “행복한 가정과 결혼을 위한 서곡, 가라 이젠 한 몸 이뤄”에 실린 성혼곡을 따라 예식이 진행되었고, 모든 찬양곡은 청년들로 구성된 찬양대가 불렀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4년 겨울에는 내 딸이 태어났다. 하나님은 그토록 예수 믿는 자녀들을 핍박하는 아버지에 대해 진노 중에라도 긍휼을 잃지 않으셨다. 막내딸이 시집가서 자녀를 낳은 후에, 모든 것이 준비된 후에 아버지는 칠순잔치를 맞이하셨던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아끼셔서, 그리고 예수 믿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거기까지 늦추어 주신 것이었다.

그러나 1995년 드디어 하나님의 때가 왔다. 사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혼자 일을 수습해 보려고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도용한 오라버니는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담보로 잡히고 사채를 끌어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고도 큰오라버니는 부도를 막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사시던 집마저 넘어가게 된 것을 나머지 다섯 형제가 대출받아 겨우 건져내었을 때, 그동안 동네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우리 집은 졸지에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아버지의 일평생이 한 순간에 공중분해 되었다. 차라리 큰오라버니가 일이 커지기 전에 진실을 말하고 아버지의 재산을 처분했더라면 아버지는 재산은 잃더라도 자식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일하게 믿었던 아들이었기에 배신감도 컸다. 아들에 대한 배신감은 아들을 도와 인감도장을 도용하게 해 준 면사무소 직원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그 사람을 고소하겠다는 아버지를 말리는 것도 큰 일이었다.

큰오라버니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잠적하자 사채업자들은 아버지를 찾아왔고, 그 때부터 아버지는 밤에도 주무시지 못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암에 걸리셨다. 육 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그 짧은 시간에 암 환자가 되신 것이었다. 일차수술, 재발, 이차수술을 거치면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분노에 사로잡혀 계셨고, 집요하게 예수님을 부인하셨다.

아버지는 헛된 기대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두고 봐라, 맏아들은 돌아온다, 머지않아 잃은 것 다 되찾는다, 너희들 예수쟁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내 아들이다, 너희는 집 한 칸도 겨우 대출받아서 건지는 무능한 것들이지만 내 아들은 다르다....

그러나 그런 허망한 기다림이 오년이나 이어지자 비로소 아버지도 한풀 꺾이셨다. 둘째 아들인 목사 아들을 봐서 교회는 나가준다고 하시게 된 것이었다. 길고 긴 싸움이 드디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일 낮예배만 형식적으로 참석하시는 아버지는 여전히 불평불만과 하나님에 대한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다.

오랜 세월 하나님을 부인하고,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자녀들을 핍박하셨던 우리 아버지를 향한 하나님의 애타는 사랑은 아직도 짝사랑이다. 둘째 오라버니의 간청에 의해 작년 추석부터는 드디어 그렇게 집착하셨던 조상숭배를 포기하고 모든 제사도 작은아버지가 가져가셨지만, 아버지의 믿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진실하며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아버지는 평생 최선을 다해서 사셨고, 최선을 다해서 장래를 준비하셨다. 그러나 하나님 없이 이루어진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허사가 되었다. 하나님 없이 행해진 일평생에 걸친 스스로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해 아래서 하나님 없이 행한 우리 아버지의 그 모든 수고가 허사가 되었다. 마치 모든 것이 준비되었으니 먹고 마시고 편히 쉬자고 했던 어리석은 부자와 같이.(누가복음 12:16-21)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아버지가 한 번 마음껏 써 보지도 못하고 날려버린 재산은 아버지의 일평생의 피와 땀과 눈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하나님을 부인하며 하나님 대신 붙잡았던 맏아들은 아버지의 전부였던 그 재산 때문에 아버지를 배신했다. 하늘 아버지와 상관없는 모든 수고와 노력은 그토록 허망한 것이다. 하나님의 입김 한 번에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마음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을 가지지 못하셨다. 예수를 깊이 묵상하는 대신에 잃어버린 재산과 돌아오지 못하는 맏아들을 깊이 묵상하고 계신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기도제목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아버지가 중심에 간절함과 진실함을 가지고 참 소망되시는 하나님을 찾아 만나게 되시기를 갈망하며 오늘도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멈출 수가 없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127 : 1-2)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