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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태풍이 지나간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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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계곡에서





언제나 평안하게 맞이하던 기도원 뒷산 계곡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계곡에 나뭇잎이 많이 걸려 있고 큰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아픔이 남아있는 골짜기를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 존재(存在)가 올라간다는 것이
부끄러워서인지 그냥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더 편안한 것 같습니다.

계곡에 걸쳐있는 조그만 나무다리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아픔을 남긴 태풍의 상처를 빨리 씻고 싶은 것 같습니다.
아픔은 분주함 속에 치유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아픔을 가지고 있을 때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연은 먼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곡의 물살이 더 힘 있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 저렇게 상처 입은 나무들도 찢어진 가지에 다시 새살이 오르겠지요,
떨어진 나뭇잎은 떠내려가고 새로운 기운이 움틀 것입니다.
바람에 가지가 찢겼지만 나무는 하늘을 보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햇살을 기대하며 한껏 높이 가지를 치켜들려고 합니다.

지금 부는 바람은 태풍과 함께 온 바람이 아닙니다.
쓰러진 풀 위를 만지는 생명의 손길이 되어 있습니다.
숲의 계곡은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용서와 화해와 치유의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상처 받은 계곡을 바라보며 드리는 기도였지만
그 기도는 시원한 바람이 되어 오히려 나의 영혼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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